간암이 폐암보다 더 무서운 이유(1) 한창 일할 나이 40,50대 남성 생명 앗아

악성 신생물(암) 성별 사망률 비교도. 대한간암학회 제공

(1)폐암은 은퇴연령 60대 이후 고령자 사망원인 1위, 간암은 한창 나이 40,50대 남성 사망원인 1위

(2)암 치료비 연간 3조7000억 원 손실로 위암 대장암, 폐암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국민경제에 악영향

김모(37·자영업)씨는 1주일 전 윗배 오른쪽이 기분 나쁘게 아파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만성 B형간염 진단을 받았지만, 최근 10년간 한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간 초음파 검사결과 이상 음영이 보여 CT촬영을 했다. 그 결과 간 내 3분의2가 암세포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병기였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유치원생인 딸과 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의사가 그대로 둘 경우 기대여명이 4~5개월, 항암 치료를 한다 해도 11개월 안팎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역시 자영업을 하는 박모(50)씨도 지난 6일, 같은 병원에서 김씨와 비슷한 진단을 받았다. 1주일 전부터 등 쪽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받았다. 암세포가 이미 간 문맥과 척수로 침범한 4병기 상태라는 것이다. 의사는 낙심한 그에게 백약이 소용없고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한창 활동적으로 일할 나이의 40, 50대의 남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간암 진단을 받고 쓰러지고 있다. 그래서 간암을 빨리 발견하기 위한 조기간암 감시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대한간암학회(회장 엄순호·고대안암병원 교수) 등 간 질환 전문가 단체에서 날로 높아지고 있다.

◇폐암보다 간암이 더 무섭다=실제로 간암은 암 중에서도 치료 예후가 좋지 못한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침묵의 암’이라 불릴 정도로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특별한 이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앞에 예로 든 두 중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상 증상을 느낄 때쯤엔 이미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다반사”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 통계를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잘 알려진대로 여전히 악성신생물(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150.9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2.8명으로 폐암 34.4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사망자 숫자만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 대한간암학회의 지적이다. 통계의 속을 들여다보면 폐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간암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폐암은 경제 활동을 안 하는 60대 이후 고령자에게 주로 생기는 반면, 간암은 일터에서 한창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령대의 40, 50대 남자들의 생명을 어느 날 갑자기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40대에서 3위, 50대에서 4위를 차지하여, 간암 및 간 질환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40대와 50대에서 주요한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의 40, 50대가 간암에 걸려 사망하면서 사라지는 돈도 엄청나다.

임 교수는 “보건복지부 통계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간암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은 2010년 기준으로만 봐도 약 3조7000억원으로 모든 암 중 1위이며, 위암(약 3조6000억원), 대장암(약 2조6000억원), 폐암(약 2조4000억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B형간염 환자는 정기검진 6개월마다 해야=간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과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바르지 않은 음주문화가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실제 간암의 출발점은 70%가 B형 간염이다. B형 간염이 간경변으로 이환되고,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흔히 간 질환 전문가들이 간염 보균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병 위험이 100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B형 간염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5~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B형 간염 보균자가 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다.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는 간암의 전 단계인 간염과 간경변증, 이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감소시키고, 간암 발생을 초동 단계에서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암은 원격 전이가 된 상태에서 발견하면 5년 평균 생존율이 2.8%에 불과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약 49.3%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간암 감시검사 시스템부터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암은 2003년부터 국가 암검진 사업 대상에 포함되어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년마다 간 초음파 검사 및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간암 조기검진 수검률은 33.6%(2013년 기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는 위암의 73.6%, 대장암의 55.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간암 고위험군이란 간경변증, B형 간염항원 양성, C형간염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 질환 등으로 2년 이상 의료 서비스를 받은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 국가 간암검진 수검자 중 46%가 이들 고위험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간암 감시 검진이 필요한 고위험군 선별을 위하여 생애전환기 검사(만 40세, 만 66세 시행)에 C형간염 항체 검사 및 혈소판 검사를 포함하여야 한다.

또 국가 암검진에서 시행하는 간암 감시검사 주기를 6개월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 눈에 띄지도 않던 초미세 간암 세포가 2㎝ 이상으로 커지는 데는 불과 4개월도 안 걸리기 때문이다.

◇간초음파 검사만으론 미흡 CT검사 추가해야=간암 검진으로 사용되는 간 초음파 검사 및 혈청 알파태아 단백의 민감도(검진 받은 후 1년 이내에 간암으로 진단된 모든 환자들 중 검진에서 발견된 간암 환자들의 비율)가 41.3% 정도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자궁경부암(77.1%)이나 대장암(59.3%) 1차 스크리닝 검사결과와 비교할 때 10%포인트 이상 낮은 여과율이다. 복부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민감도 검사만으로는 간암 발생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학회는 CT 혹은 MRI와 같이 정확도가 더 높은 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간암 조기검진 대상자들에게 연 1회 CT 혹은 MRI 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높은 조기 진단률(57.3%, 우리나라는 45%)과 5년 생존률(42.7%, 우리나라는 30.1%)의 주된 요인이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진료를 보다보면 정기적인 검사로 건강을 지킬 수 있던 분이 있는 반면,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늦은 환자도 종종 있다. 간암의 경우 발견 시기가 늦을수록 생존률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만성B형간염 환자 등 고위험군은 정기검진 시 간 초음파 검사 외에 CT 또는 MRI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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