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핵항산균은 말 그대로 ‘결핵균이 아닌 항산균 (抗酸菌)’ 이라는 뜻입니다. 세균을 현미경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약품으로 염색을 해야 하는데, 항산균은 일반적인 세균들과는 달리 염색과정에서 산(酸)을 첨가해도 녹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을 견딘다는 의미로 ‘항산균’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항산균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핵균이며, 결핵균이 아닌 다른 항산균을 비결핵항산균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Nontuberculous mycobacteria 혹은 줄임말로 NTM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약 150 종 정도이며, 거의 매년 새로운 비결핵항산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의 사촌 정도인 균이라, 모양도 비슷하고, 병을 일으킬 경우 결핵과 증상이나 방사선 검사 결과가 비슷한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나 결핵균과는 달리 비결핵항산균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비결핵항산균은 우리 주위의 흙이나, 강물, 그리고 수돗물 등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그러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결핵항산균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주 일부의 사람들에서만 비결핵항산균으로 인한 질환이 생깁니다. 과거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거나, 기관지확장증, COPD 등의 폐질환이 있는 경우 흔하며, 여성들의 경우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비결핵항산균에 걸리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비결핵항산균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가래입니다. 이 병이 진행하면 폐가 파괴되어 피 섞인 가래를 뱉거나, 객혈이 생기기도 하며, 숨이 차기도 합니다. 이 병의 의심되면 먼저 가래 검사를 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가래에서 비결핵항산균이 2차례 이상 자라나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나 방사선 검사에서 강력히 의심되는 데 가래를 뱉을 수가 없다든지, 가래는 있지만 가래에서 비결핵항산균이 자라지 않는 경우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해 의심되는 부위를 물로 씻어 배양검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특이하게도,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진단이 되었다고 금방 치료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병이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다, 병이 아주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으로 진단되면, 우선 몇 달에 한 번씩 흉부 X선 촬영과 가래 배양검사를 하며 경과를 관찰합니다. 이때 더욱 정밀한 비교를 위해 흉부 CT를 반복적으로 촬영 하기도 합니다.
사진)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을 가진 환자의 CT 촬영 소견. 화살표로 표시된 희끗희끗한 부분이 비결핵항산균에 의해 염증이 생긴 폐이다.
이렇게 면밀히 지켜보다가, 가래가 심해지거나 피 묻은 가래가 나오는 등 증상이 악화되거나, 흉부 X선 사진이나 흉부 CT에서 보이는 병변이 뚜렷이 악화되면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치료는 균주에 따라 사용하는 약제가 다릅니다. 대표적인 비결핵항산균에 대한 치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Mycobacterium avium-intracellulare 로 인한 폐결핵항산균 폐질환
대개 아지스로마이신 (Azithromycin) 혹은 클래리스로마이신 (Clarithromycin), 에탐부톨 (Ethambutol), 리팜핀 (Rifampin)을 하루 한번씩 드셔야 합니다. 병이 가벼운 경우는 이틀에 한 번 드시는 경우도 있지만, 병이 심한 경우는 스트레토마이신 (Streptomycin)이나 Amikacin이라는 주사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 Mycobacterium abscessus 로 인한 폐결핵항산균 폐질환
이 균은 클래리스로마이신과 함께 아미카신 (Amikacin), 이미페넴 (Imipeneme), 세폭시틴 (Cefoxitin), 이라는 2가지 주사약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주사약들은 근육주사가 아닌 정맥 주사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 1-2개월은 부득이하게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치료해야 합니다. 퇴원 후에도 일주일에 몇 번 병원을 방문하여 주사약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치료 기간은 사람마다 다른데, 대개 균이 없어진 후 1년 정도 더 복용해야 재발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하더라도 완치되지 않거나, 완치되었지만 나중에 재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므로 치료 후에도 재발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호흡기내과 교수 임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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