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적정 기술, 니트(NEAT)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는 크게 세 가지 일에 쓰인다. 첫째 기초 대사다. 숨쉬고 심장이 뛰고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둘째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데 쓰인다. 셋째 신체 활동이다. 이 셋 중 근육의 움직임에 의한 신체 활동은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난다. 김 과장과 박 대리를 비교해 보자. 김과장은 자가용 출퇴근에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한다. 박 대리는 걸어서 출퇴근하고 계단으로 다니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기초대사율은 1350 kcal, 음식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150 kcal로 두 사람 모두 동일하지만 신체 활동에 의한 에너지 소비는 김 과장의 경우 약 300 kcal, 박 대리의 경우 약 700 kcal로 크게 차이난다. 김 과장은 불룩 나온 아랫배를 가졌지만 박 대리는 정장 핏이 좋은 날씬한 몸매를 가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바빠서 따로 운동을 할 시간 없기는 매 한가지다.

 

운동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심장 박동수를 끌어올리는 수준의 신체 활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러닝머신 위를 걷거나 뛴다든지, 아령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한다든지,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든지 등이 운동이다. 그래서 새해에 운동하기를 결심한 사람들은 헬스클럽을 찾는다. 연초에 헬스클럽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어서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다양한 운동 기구에도 사람들이 매달려 땀을 흘리고 있다. 일단 헬스클럽에 가면 운동을 하겠지만 일이 바쁘거나, 약속이 있거나, 날씨가 좋지 않거나, 집에서 멀면 잘 가지 않게 된다. 매년 초 헬스클럽에 등록을 한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갔는지, 한 달쯤 지나 헬스클럽에 가보면 러닝머신을 이용하기 위해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해보면 운동량은 무척 늘어난다. 그러나 값이 비싸고 운동이 만만치 않아서, 비싼 돈 들여 기합을 받는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대안이 없을까? 식스팩의 몸짱이 되겠다는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신체 활동을 늘려 건강을 유지하고 비만을 막을 수 있다. 일상생활 속의 신체 활동이 많으면 병이 덜 걸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53년에 영국 의사들은 런던 버스의 운전사와 차장(우리나라도 이전에 안내양이 있었다) 중 누가 심장혈관이 막히는 관상동맥질환에 잘 걸리는지를 살펴보았다. 알다시피 운전사는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차장은 손님 오르내리는 것을 거들고 차비도 받고 거스름돈도 내 준다. 1000명당 연간발생률을 본 결과 운전사는 2.7명, 차장은 1.9명에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하였다. 신체활동량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이 연구 결과는 당시 랜싯(Lancet)에 발표되었다. 1999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는 똑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16명의 비만하지 않은 자원자를 모아서 자신에게 필요한 칼로리보다 1000 칼로리 더 높은 식단을 8주 동안 먹도록 했다. 체중이 가장 적게 증가한 사람은 고작 0.36 kg 늘었고 가장 많이 증가한 사람은 10배 가까운 4.23 kg이 늘었다. 체중이 늘지 않은 사람은 신진대사율의 증가로 하루 종일 소모하는 칼로리가 증가했다. 어떻게 하루 종일 소모하는 칼로리의 차이가 나는지 보았더니, 신진대사율이 높은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나서 움직이고 물건을 옮기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당시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바 있다. 운동은 아니지만 이러한 종류의 신체 활동을 전문용어로 비운동성 활동에 의한 열생산(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줄여서 니트(NEAT)라고 부른다. 반면 살이 찌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하루 종일 TV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덧붙여 2005년 레빈 박사는 다시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 연구에서 그는 운동은 특별히 하지 않는데 살이 찐 사람과 날씬한 사람을 모집하여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역시 NEAT의 차이였다. 우리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쉽게 짐작이 가는 결론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 중에 비만한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니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는 것 외의 모든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한두 정거장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걷기. 청소하기. 설거지하기. 예를 들자면 무수히 많다. 메이요 클리닉의 레빈 박사의 연구소에는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면서 컴퓨터가 작업을 하며, 의자 없는 회의실에서 서서 회의를 한다. 인터뷰나 상담도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한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아르마니도 감동을 받아 이 연구소 직원들을 위해 활동성이 좋은 “니트(NEAT) 정장”을 만들어 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니트(NEAT)양이 많을수록 사망률과 심혈관질환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최근 세계 17개국 13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밝혀져 저명한 학술지 란셋에 보고되기도 했다.

 

적정기술 (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것이 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고가의 비용이 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면 가난한 사람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적정한 수준의 기술을 이용해서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아프리카에 식수가 부족한 곳이 많다. 그들에게는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수돗물을 만드는 값비싼 정수 장비가 필요하다면 그림의 떡일 것이다. 대신 라이프스트로(LifeStraw)라고 하는 빨대처럼 생긴 장비를 이용해서 웅덩이의 물을 빨면 이 기구 내에서 여과 및 정수되어 식수로 바뀌어 마실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헬스클럽이 높은 비용과 여러 장벽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면, 니트(NEAT)가 모두를 위한 적정기술이 아닐까 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건강지킴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 우리 모두 당장 할 수 있는 니트(NEAT)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당장 움직여 보자.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내분비내과 교수 조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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