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원인과 진단

비만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체질량지수는 자신의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남녀 상관없이 이 값이 25이상일 경우를 비만이라고 정의합니다. 예컨데 키가 173cm인 사람이 몸무게가 80kg이라고 한다면 체질량지수는 80 나누기 1.732 = 26.7 로 비만에 해당합니다. 체질량지수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체성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보디빌딩을 해서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들은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비만일 수 있지만, 건강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비만인 사람들은 지방이 많고, 특히 복부의 내장 사이 사이에 있는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장지방은 그냥 단순한 기름 덩어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몸에 좋지 않은 여러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내장지방을 측정하는 방법 중 널리 쓰이는 것은 CT를 이용한 방법으로 요추 4-5번 높이에서 내장지방의 면적을 계산하는 것 입이다(그림 1). 남자의 경우 내장지방의 면적이 100cm2, 여자의 경우 70cm2가 넘으면 내장비만이라고 하며, 내장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07_03그림 1. 복부 CT를 이용한 내장지방 측정

 

 

 

노출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면 팔뚝, 허벅지, 엉덩이 등에 처지는 지방들 때문에 특히 여자분들은 고민을 많이 하시지만, 이런 부위에 쌓이는 지방들은 대부분 피하지방입니다. 똑같이 살이 찌더라도, 이런부위에 주로 살이 찌는 경우에는 배의 내장 사이에 기름이 끼는 경우에 비해서 훨씬 건강적인 면에서는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종의 버퍼(buffer)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비록 보기에 좋지는 않을 수 있지만, 건강 측면에서 보자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이는 것 보다는 훨씬 좋답니다

 

 

 

CT로 내장지방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CT가 고가의 검사이므로, 실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내장지방과 연관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허리둘레를 측정해서 간접적으로 내장지방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실제로는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허리둘레는 남자 90cm, 여자 85cm를 기준으로 해서 이 이상일 경우를 복부비만이라고 정의하는데요, 복부비만인 경우에도 실제로 CT를 검사해 보면, 내장지방이 많지 않고, 피하지방이 많은 경우도 있지만,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허리둘레를 이용한 복부비만 판정법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에 따른 성인병 위험도를 정리해 보면 표1과 같습니다.

 

 

 

 

체질량 지수

복부비만 (남 >90cm,여>85cm)

 

 

정상

18.5-22.9

보통

증가

과체중

23 – 24.9

증가

중등도

비만

25 – 29.9

중등도

고도

고도비만

>30

고도

매우 고도

표 1. 체질량지수 및 허리둘레에 따른 성인병 위험도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인구 중 비만인 사람은 26.0%(1998) → 29.2%(2001) → 31.3%(2005) → 31.7%(2007) → 31.8%(2011)로 10년간 5.8% 증가했고, 고도비만 (체질량지수 ≥30kg/m2)은 2.3%(1998) → 3.1%(2001) → 3.5%(2005) → 4.1%(2007), 10년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비만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만은 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퇴행성 관절염 등의 주된 원인이며,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중증질환의 위험요인일 뿐만 아니라,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췌장암 등 여러 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비만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절약유전자설(thrift gene theory)로 대표되는 유전자론에서는 과거 음식이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섭취하는 영양분을 체내에 최대한 잘 저축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먹을 것이 풍족한 지금에는 그런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비만해 진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현재 FTO유전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유전자들이 비만과 관련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고, 이런 비만 관련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은 소위 말해서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인 것이지요.

반면 환경론에서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자가용, 리모컨 등의 여러가지 편의시설로 인해서 신체활동량은 줄어드는데 비해서, 음식은 예전보다 훨씬 풍요해 지고, 단위 질량당 칼로리가 높은 ‘energy-dense food’가 늘어나서 섭취하는 에너지는 예전보다 늘어나는 것이 비만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두가지 모두 타당한 학설이고, 요즘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상호 작용해서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체질적으로 살이 많이 찔 수 밖에 없는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불포화 지방산 같은 좋은 영양소를 잘 섭취하게 되면 그러한 비만 유전자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비만한 가족에서 태어났으니 나도 뚱뚱할 수 밖에 없어…’ 라고 좌절하시기 전에, 스스로 열심히 관리하시면, 타고난 체질을 이겨 낼수도 있습니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권혁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각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 것으로
과학적 연구결과와 출판된 논문 등 분명한 정보의 출처를 갖습니다.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인용 및 배포를 원하는 경우에는 출처를 표기해야 하며
기타 문의사항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로(02-2072-4587) 연락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