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30만명, 70% 두통 동반
턱에서 딱 소리 나고 아프면 의심
무의식 중에 이 악무는 습관 피해야
주부 장모(45·종로구)씨는 5년 전부터 왼쪽 아래 어금니와 입천장이 아프고 두통과 목·어깨 통증이 계속됐다. 처음엔 충치 탓으로 생각, 치과를 찾아 충치를 모두 치료했지만 통증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신경과 검진을 받아봤지만 이상이 없다고 했다. 장씨는 한 의사로부터 턱관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 구강내과(口腔內科)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음식을 씹을 때 쓰는 저작근육이 심하게 뭉쳐있는 ‘근육성 턱관절 장애’였다. 장씨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3개월 받은 뒤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원인모를 두통·소화불량 턱관절 이상이 문제
장씨와 같이 턱뼈와 머리뼈를 잇는 관절〈그래픽〉에 문제가 생기는 턱관절 장애는 두통·치통·불면증·소화불량의 ‘숨겨진 원인’이다. 국내 턱관절 장애 환자는 30만명에 이른다. 서울대치과병원이 턱관절 장애 환자 308명을 조사한 결과 67%가 두통, 50%가 불면증을 겪고 있었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어규식 교수는 “두통이나 안면부위 통증 때문에 신경과나 그 밖의 진료과를 전전하다 마지막에 치과를 찾아 턱관절 장애를 치료받는 사람이 많다”며 “원인 모를 두통·치통·불면증·소화불량이 있으면서 턱이 뻐근하거나 턱에서 나는 소리가 커진다면 턱관절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는 두통·치통·불면증·소화불량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턱이 아파 입이 크게 안 벌어지거나, 입을 벌릴 때 턱에서 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턱관절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진우 교수는 “턱관절 장애로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뇌의 신경계가 흥분하면서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긴다”며 “실제 문제가 없는 머리 근육이나 뺨·치아 등이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잠을 못 자 불면증이 생기고, 턱이 아파 음식을 충분히 씹지 못하면서 소화불량이 유발되기도 한다. 목·어깨 통증이 같이 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턱관절 장애를 유발하는 잘못된 자세나 스트레스가 목·어깨 통증도 유발하기 때문이다.
◇턱관절 장애, 대부분 근육 뭉쳐 생겨
턱관절 장애는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거나, 턱을 받치는 등 턱에 힘을 가하는 자세를 취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 잘 때 이를 갈거나, 질긴 음식을 먹거나, 엎드린 자세로 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목과 어깨 사이에 낀 채 사용하는 것도 턱관절 장애의 위험을 높인다. 어규식 교수는 “이런 습관들은 턱관절 주변 근육이 뭉치게 해 통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턱에 힘 빼는 ‘6·6·6′ 운동 효과
턱관절 장애가 있으면 보통 처음 한 달은 온찜질·약물치료·운동치료 등을 받는다. 연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권정승 교수는 “하루 6회 혀를 위 앞니 안쪽에 가볍게 대고, 혀가 이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까지 최대한 입을 벌려 6초 동안 유지하는 것을 6회 반복하는 일명 ‘6·6·6′ 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도 효과가 없으면 턱 근육을 풀어주는 보톡스 주사를 놓거나, 치아에 보조장치를 끼워 치아가 정상적으로 맞물리게 돕는 치료를 한다. 어 교수는 “턱관절 장애가 치료되면 이로 인해 생긴 두통·치통·불면증·소화불량 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
턱관절에 염증이 생기거나, 관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거나, 턱관절을 움직이는 저작근이 뭉쳐서 발생한다. 턱이 아파서 입이 크게 안 벌어지거나, 입을 벌릴 때 턱에서 소리가 나며 통증이 느껴지거나, 턱에서 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