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임신 땐 살쪄도 괜찮다? 뚱보 될 아기 낳을 수 있어요

봄을 맞아 다이어트를 시작한 여성이 많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초경, 임신과 출산, 폐경을 겪으며 몸이 급격히 변한다. 이때 자칫 방심하면 비만으로 이어져 생리불순, 불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중앙일보플러스가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을 가볍게, 지구를 가볍게’ 캠페인을 통해 여성 비만의 특징을 알아보고 올바른 예방법을 소개한다.

임신 중 체중 증가 12㎏ 안 넘게
출산 1~2주 뒤부터 가벼운 활동
6주 지나도 안 빠지면 진찰 받길

요즘 부모의 최대 걱정거리는 딸의 빠른 사춘기와 초경이다. 빠른 초경의 주요 원인은 비만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은 생식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체지방이 많은 소아는 혈중 렙틴 농도가 높아 빠른 초경을 맞게 된다. 문제는 비만으로 인한 이른 초경이 성인기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유방암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여성 6만6466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2살 이전에 이른 초경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17세 이후)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5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 발암인자인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비만으로 이른 초경, 유방암 위험↑
비만하면 임신하기가 쉽지 않다. 체내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진다. 아예 생리를 안 하거나 심하면 불임이 올 수 있다.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장원 교수는 “임신하더라도 임신성 당뇨의 발생빈도가 증가한다”며 “임신 전 과체중 여성은 정상체중 여성보다 1.8~6.5배, 비만 여성은 1.4~20배 유병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는 태아에게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질 때 나타난다. 임신 중 혈당 조절이 안 되면 태아에게 문제가 생긴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환 교수는 “신생아는 이미 엄마 배 속에서 고인슐린 혈액에 노출돼 태아 때부터 비만 성향을 지닌다”며 “성인기에 비만할 가능성이 덩달아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4㎏ 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크다. 거대아는 분만 시 난산으로 이어져 산모의 건강마저 위협할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후에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한다. 그러다 폐경이 되면 신체 곳곳에 변화가 생긴다. 지방 분포부터 달라진다. 주로 젊을 때는 대퇴부에 지방이 몰리지만 폐경기에는 복부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여 결국 복부비만으로 이어진다.

폐경기에 기초대사율이 감소하는 것도 중년 여성에게서 비만이 흔한 이유다. 기초대사율은 50세를 기점으로 점차 준다. 근육과 같은 제지방량과 기초대사율이 감소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현격히 떨어진다. 에너지 소비에 비해 섭취가 많아져 살이 찐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급격한 신체 변화가 잦아 시기별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때는 성인의 체중 감량법을 따라 하면 안 된다. 에너지를 무작정 제한하는 식사를 하면 성장발육이 더딜 수 있다. 목표를 체중 감량보다 잘못된 식품 섭취와 행동을 인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침 결식, 폭식, 불규칙한 식사 같은 식습관을 교정하고 흥미 있는 운동을 선택하도록 한다. 수영, 스키, 스케이트, 스포츠 댄스는 조금만 배우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성취감이 높다.

신체 변화 시기엔 맞춤형 체중 관리

성인기에 접어들면 직장생활, 결혼과 같은 환경의 변화로 살이 찌기 쉽다. 특히 임신 전 비만할수록, 임신기간 중 체중이 많이 증가할수록 산후에도 비만할 수 있다. 비만 여성이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임신 중 체중 증가는 10~12㎏을 넘지 않도록 한다. 출산 후에는 많이 먹고 안정을 취하는 전통적인 산후조리를 피한다. 산후 1~2주부터 가벼운 활동을 시작하고 6주 후에도 체중이 회복되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폐경기에는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노화현상으로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량이 많아진다.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에 각별히 신경쓴다. 특히 감정 변화가 동반돼 폭식·과식처럼 스스로 식욕을 조절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럴 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손 교수는 “폐경기 비만 여성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