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기상 7~8시간 전 복용해야 효과 만점

정석훈 교수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하면 즉시 잠에 빠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면제를 처방할 때 ‘자기 전에 복용하세요’라고 지도했지만 환자에 따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불규칙해 복용시간이 일정하지 못했다.

수면제를 복용해도 실제로 잠에 들기까지 오래 걸려 약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수면제를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먹는 것보다 기상하기 7~8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석훈(사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14년 7~12월 수면제를 처방 받은 112명의 환자의 수면제 만족 여부를 묻는 조사를 통해 복용시간과 실제로 잠에 빠지기까지의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제 복용 후 잠에 비교적 빨리 들어 수면제 효과에 만족한 환자들은 기상하기 평균 7시간 전에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제 효과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 54명은 시간대에 관계없이 잠자리에 눕기 30분 전에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실제로 잠들기까지는 135.9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밤 9시16분에 수면제 복용 후 9시47분에 침대에 누웠지만 실제로 잠에 빠진 시간은 11시31분으로, 두 시간가량을 침대에서 뒤척이다 잠에 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수면제 효과에 만족한 환자 58명은 기상 7∼8시간 전에 수면제를 복용했으며, 수면제 복용 후 잠에 빠지기까지 평균 33.6분이 걸렸다.
이들은 평균 밤 11시11분에 수면제 복용 후 11시22분 침대에 누웠고, 잠에 빠진 시간은 11시45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잠에 들었다.
기상시간은 7시간 전에 수면제를 복용한 그룹이 아침 6시25분, 잠자리에 눕기 30분 전에 복용한 그룹이 아침 6시33분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제를 처방 받는 환자들의 효과적인 수면제 복용시간을 조사해 향후 수면제를 처방하고 복용함으로써 약물 의존도를 낮추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또한 “수면제는 오ㆍ남용과 약물사고 위험이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하며, 잠자리에 일찍 눕는다고 잠에 일찍 드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의 수면패턴을 파악해 침대에 눕는 시간도 함께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면제 복용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번 논문은 임상 수면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오프라인 1월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