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염병의 시대

전염성 질환 관리와 예방접종

강연자 : 오명돈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작성자 : 국민건강지식센터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는 2003년 전세계인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32개국에서 8000여명이 감염됐고 774명이 사망했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전염병을 과거의 이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국제간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전염병의 전파 역시 활발해 졌다. 때문에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지었다.

 

병원체의 감염(infection)으로 인해 발병되었을 경우 이것을 감염성질환infectious disease)이라고 하는데 이 감염성 질환이 전염성을 가지고 새로운 숙주에게 질환을 전염시키는 것을 전염병(communicable disease)이라 한다. 감염(infection)은 병원체가 숙주 내로 침입하여 알맞은 조작이나 장기에 자리잡고 생활하며 증식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전염병예방법」에 의해 규정된 전염병은 1~4군으로 콜레라•페스트•발진티푸스•장티푸스•파라티푸스•천연두•디프테리아•세균성 이질•황열(黃熱) 등이 1종 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장티푸스•콜레라 등의 수인성 전염병과 디프테리아•백일해 등의 호흡기 전염병은 과거 우리나라에 빈번하게 발생해 인명 손실이 컸다. 하지만 사망률과 후유증이 높은 일본뇌염•소아마비•공수병 등은 국가방역사업의 결과로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최고의 골칫거리로 꼽힌다. 인플루엔자(독감)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최근 100년 동안 변종을 만들어내며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3가지가 있는데 이 중 A형은 10~15년 마다 항원 대 변이(antigenic shift)를 만들어 내며 대유행(pandemic)을 일으키고 있다. A형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이 표면 항원인 적혈구응집소(hemagglutinin, H)와 뉴라민분해효소 (neuraminidase, N)이라는 두가지 단백질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2009년 멕시코에서 발견된 신종인플루엔자와 1918년 스페인 독감은 H1N1, 1957년 유행한 아시아독감은 H2N2, 1968년 홍콩독감 H3N2, 1977년 러시아독감 H1N1 식이다. H와 N단백질은 각각 16개와 9개이기 때문에 이 두 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144가지나 된다. 이 중 2003년에서 2007년 유행한 조류인플루엔자 H5N1바이러스는 조류에서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이지만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다. 2003년부터 인도네시아 이집트 베트남 중국 등 전세계 13개국에서 844명이 감염돼 이 중 절반이 넘는 53%가 사망했다.

그렇다면 전염병은 어떻게 예방할까.

전염병 관리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크게 감염원에 대한 대책, 감염경로 차단, 감수성자의 관리 등이 있을 수 있다. 우선 감염원에 대한 대책으로는 병원소의 제거 및 전염병 환자의 격리(segregation)와 사람이 병원소가 되었을 경우 외과적 수술과 약물요법 등이 있다. 또 적당한 치료를 하면 환자가 완전히 치유되기 전에 전염력이 약해져 전염성 질환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개방성 폐결핵 환자에게 항결핵제를 투여하거나 매독환자에게 페니실린을 주사하는 방법 등이다.

 

다음으로 병원소를 탈출한 병균이 새로운 숙주에게 전파되기까지 필요한 생존기간에 요구되는 환경조건의 위생을 개선해 전파과정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효과적인 전염병 관리법으로 환자나 보균자의 배설물이나 이로 인한 오염물질을 소독함으로써 전염병 전파를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감수성자의 관리가 있다. 이는 감염원과 전파과정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더라도 전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로 개인 면역증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예방접종(기본접종, 추가접종), 정기예방접종, 영양관리, 적절한 운동과 휴식, 충분한 수면 등 방어기전을 통해 개인 저항력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 내용은 5월 27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 강의실(종로구 연건동 소재)에서 열린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임상개론’ 강의 내용입니다.
다음 글은 6월 3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승훈 교수가 강의한 ‘뇌혈관계 질환의 예방 및 관리’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