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복용 두려워 마라… 치료 안하면 절반이 재발

뇌 기능 떨어져 의지로 해결 안돼
상담 후 6개월 이상 약 복용해야… 약 1년 복용하면 이후 효과 지속
적극 치료하는 환자는 10% 내외
국내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지만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드물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0년 45만9774명에서 2014년 52만5230명으로 4년 새 약 14%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환자 중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은 여전히 10%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지난해 11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울증이 주요 원인인 자살률이 한국의 경우 OECD 28개국 중 1위(10만 명 당 29.1명)지만, 항우울제 복용량은 27위에 머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울증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병이다. 의지만으로 극복이 어려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심현보 과장은 “우울증을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보거나, 우울증 약의 부작용을 과도하게 걱정해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지 않는다”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며, 낫더라도 재발이 잘된다”고 말했다.

◇우울증, 의지로 사라지지 않아

우울증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病)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우울증은 유전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수용체에 잘 결합하지 않는 질환”이라며 “치료하지 않으면 50% 이상이 재발하고 증상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치료받은 환자는 병의 재발률이 10~20%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80~90%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감정을 추스르는 의지가 약해 극복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김병수 교수는 “우울증은 의지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며 “우울증을 겪는 것을 의지박약 탓으로 여기면 자신이 남들보다 나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증상만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자신을 믿고 병을 방치해 우울증을 악화시키기 쉽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우울증 약, 중독 안 되고 부작용 거의 없어

우울증 약이 중독성이나 금단 증상이 심하다고 여겨 복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우울증 약은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뇌의 수용체에 잘 결합하도록 도와 우울한 감정을 완화하고 의욕을 높인다. 약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복용하면 뇌의 신경전달 체계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이후에도 효과가 지속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약이 어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 관여하는지에 따라 중독성 여부가 달라지는데, 우울증 약이 작용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등은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중독성을 유발하는 가바 수용체에 작용하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우울증 약의 부작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김병수 교수는 “과거에는 우울증 약이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에 무차별적으로 작용해 입이 마르거나 어지럼증, 변비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에만 작용하는 약들이 쓰이면서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바로 병원 찾아야

우울증이 의심되면 우선 자가진단을 해보고, 위험군이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사용하는 우울증 자가진단법〈표〉을 활용하면 된다. 김병수 교수는 “병원의 진료 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누구도 확인할 수 없고, 병원에서 약물 복용을 강요하지도 않는다”며 “우울증이 의심되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lh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