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
50세 이상 여성 21%가 겪어… 특별한 증상 없어 관리 부실, 외부 충격 받았다면 검사를
골다공증이 있는 유모(58·서울 강남구)씨는 올 여름에 등산을 하다가 넘어진 적이 있다. 그때 허리 통증을 약간 느꼈는데, 근육이 놀란 것으로만 여기고 찜질만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유씨는 지난달에 발목을 삐끗해서 또 넘어졌다. 이번에는 허리 통증뿐 아니라 골반과 발목에도 심한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유씨는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여름에 넘어졌을 때 처음 척추 압박골절이 왔고, 이번에는 다른 부위의 척추와 고관절이 골절됐다”며 “골다공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뼈가 연속적으로 부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척추에 하중이 가해져서 척추뼈 앞쪽이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것을 척추 압박골절이라 한다. 척추 압박골절이 오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척추가 앞으로 굽어 변형될 수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골다공증 방치하면 척추뼈 부러져
척추 압박골절은 척추에 하중이 가해져서 척추뼈 앞쪽이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골다공증 환자에게 많은데, 골다공증을 방치한 채로 10년 정도가 지나면 척추 압박골절이 온다고 한다. 유씨의 사례처럼 반드시 넘어지지 않더라도, 재채기를 하거나 산책을 할 때 등 어떤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정성수 교수는 “골밀도 수치가 -3이면 골밀도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척추가 부러질 위험이 8배, -4면 16배 크다”며 “골절을 겪은 골다공증 환자 중 척추가 골절된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척추뼈는 다른 부위의 뼈보다 해면골이 많아서 워낙에 약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여성의 21%가 척추 골절, 13%가 손목 골절, 9%가 대퇴부 골절을 겪는다. 남성의 경우 각각 7%, 4%, 3%다.
◇척추 압박골절이 사망 위험 높여
척추 압박골절이 무서운 이유는 노인이 걸리면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성수 교수는 “손목 골절로 인한 사망 위험을 1로 봤을 때, 고관절 골절로 인한 사망 위험은 7, 척추 압박골절로 인한 사망 위험은 9″라고 말했다. 척추가 골절되면 다른 부위가 골절됐을 때보다 움직이는 게 힘들기 때문에 활동량이 줄고, 심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폐렴 합병증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뼈가 약해져서 다른 척추뼈도 골절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척추뼈 한 개가 부러진 사람이 1년 내에 다른 척추뼈가 부러지는 경우는 4.6%이고, 척추뼈가 두 개 이상 부러진 사람이 또 척추 압박골절을 겪는 경우는 12.5%라는 보고가 있다.
골절 상태를 방치하면 ‘꼬부랑 할머니’처럼 등이 앞으로 굽으면서 척추가 변형되는 ‘진행성 외상성 후만증’이 올 수도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신경외과 조대진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 환자 10명 중 최다 8명은 진행성 외상성 후만증이 동반된다”며 “심하면 마비 증세까지 온다”고 말했다.
◇골절 부위에 골시멘트 채워 치료
하지만 골밀도가 몇 해에 걸쳐 서서히 낮아진 다음에 골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 없이 가벼운 통증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골다공증을 앓으면서 한 번이라도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세게 부딪힌 적이 있다면 병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척추 압박골절 초기에는 허리 보조기를 4개월 정도 착용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낫는다. 척추뼈가 저절로 아물기 때문이다. 바른본병원 안형권 원장은 “이런 보존적인 치료로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자세가 틀어지는 등 변화가 생긴다면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피적 척추 성형술, 경피적 풍선 척추 성형술 등 골절 부위에 골시멘트를 주입해 척추가 안정되게 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이런 시술로 치료가 안 되는 경우에는 금속판 등을 척추에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