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형 간염은 백신으로 95% 예방… C형 백신은 아직 없어

[동아일보]
병원 집단감염으로 본 간염의 모든 것

《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C형 간염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후 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염은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크게 5가지(A, B, C, D, E형)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A, B, C형이 나타나고 D, E형은 드물다. 간염의 주된 증상은 피로와 구역질, 소화불량, 발열, 황달 등과 비슷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른 만큼 어떤 형이냐에 따라 감염 경로와 예방, 치료법이 다르다. 대한간학회와 연세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의 도움말을 받아 A, B, C형 간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 A형은 입으로, B C형은 체액으로 감염

A형 간염은 주로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입으로 바이러스를 옮긴다. 주로 대변에 오염된 물이나 우유, 음식물을 먹거나 특히 오염된 물에서 자란 조개류를 익히지 않고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A형 간염은 ‘후진국병’으로도 불린다. 최근 20, 30대에서 A형 간염 발생이 크게 늘었는데, 어릴 적 A형 간염을 앓은 뒤 항체를 보유하게 된 앞 세대와 달리 위생 상태가 좋아진 후 성장하면서 자연 면역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주 드물게 수혈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반면 B, C형 간염은 혈액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성적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등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B형 간염의 경우 수직감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산모를 통해 신생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감염된 신생아는 이후 간염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90%나 된다.

수혈은 B, C형 간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 C형 간염이 만성화 확률 가장 높아

A형 간염은 대부분 급성으로만 나타날 뿐 만성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B형, 특히 C형 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만성화할 확률이 높다. 급성과 만성을 나누는 기준은 6개월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B형 간염의 경우, 전체 인구의 4%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2만여 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만성 B형 간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70%에 이른다. 또 만성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진행하는 비율(5년 누적 발생률)이 23%나 된다. 일단 간경화로 진행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간경화 없이 만성 간염에서 바로 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국내 인구 1∼1.5%에서 나타나는 C형 간염은 감염 경로나 증상 및 만성화 여부 모두 B형과 비슷하다. 하지만 진행 속도는 B형보다 훨씬 느리다. 보통 바이러스가 들어온 뒤 약 10년 후 만성 간염이 생기고, 20∼30년은 지나야 간경화가 나타난다. 반면 간암으로 발전될 위험은 B형보다 높다.

A형 간염은 대부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고, 85%는 3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며,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력을 지닌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간이 아주 빠른 속도로 손상돼 이식이 필요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 A, B형 백신으로 예방 가능

A형과 B형 간염은 백신이 있지만 C형 간염은 없다. 백신의 경우 A형은 태어난 지 1년 뒤 첫 접종을 하고 6∼12개월 후 추가 접종하면 95% 이상 예방된다. B형도 출생 직후와 1개월 후, 다시 5개월 후 총 3회 예방접종을 하면 95%에서 항체가 생긴다. 특히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반드시 출산 후 12시간 이내에 신생아에게 백신과 함께 B형 간염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혀야 수직감염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수직감염으로 인한 B형 간염은 거의 없어졌다.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만성 B형과 C형 간염 환자는 항(抗)바이러스 약제를 통해 염증을 완화시키고 간 섬유화를 방지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간경화, 간암 등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많아 완치가 되지 않는 B형과 달리, C형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제만 잘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고단백 식이를 하고 푹 쉬면 대부분 완치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