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 다수, 노화 탓으로 여겨… 대표 증상은 떨림·경직·느린 행동
지난해 8만5000명… 매년 8% 증가… 초기 약물 치료해야 일상생활 가능
인쇄소를 운영 중인 조모(68)씨는 얼마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평소 손·팔· 다리 통증이 심했지만, 1년 전 받은 허리디스크 수술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두 달 전부터 다리가 마비된 듯 걷기가 어려워져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몸이 경직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환자 증상과 MRI 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3년 전에 파킨슨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1000명 중 4명이 앓고 있어 흔한 병은 아니지만, 최근 환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낮은 편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이지은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대부분 노인이라 증상이 나타나도 나이 탓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킨슨병은 치료가 늦어지면 근육경직·손떨림 등의 증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경직·손떨림·느린 움직임·자세 불안정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질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증상이 나타나도 1~2년간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파킨슨병 환자, 증상 1년 이상 방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킨슨병 진료 인원은 8만4771명으로, 2010년부터 연평균 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중 9명은 60대 이상이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손영호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파킨슨병 환자도 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대부분 환자들이 파킨슨병을 제대로 알지 못해 병을 1~2년간 방치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최근 국내 자료는 없지만, 2007년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센터 정선주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4명이 1년 이상 병을 방치했으며, 그중 절반이 3년 이상 질환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영호 교수는 “8년이 지난 요즘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교수는 “파킨슨병은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약물의 효과도 떨어지고, 증상은 악화된다”고 말했다.
◇4대 증상, 떨림·경직·느린 행동·자세불안
파킨슨병은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불안정(자세가 엉거주춤해짐)의 4가지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한쪽 팔· 다리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데, 걸을 때 한쪽 팔만 움직이지 않거나, 한 손에서만 떨림이 생기는 식이다.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마효일 교수는 “4대 증상이 없어도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잠꼬대가 심한 사람은 파킨슨병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며 “후각 감소, 잠꼬대는 파킨슨병의 원인인 뇌의 도파민이 감소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후각기능을 상실한 사람의 80%, 잠꼬대가 심한 렘수면장애를 가진 사람의 50%에서 파킨슨병이 발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대부분 변비,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동반되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픽=송준영 기자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고, 노인들이 주로 겪는 디스크, 관절염 등과 증상이 비슷해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손영호 교수는 “노인들은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정형외과나 한의원을 찾는 등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기 치료 시 일상생활 가능
파킨슨병은 완치는 안 되지만, 초기에 제대로 치료만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을 하는데, 1단계는 한쪽 팔· 다리 경직·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점점 심해져 5단계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굳는다. 이지은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가 2~3단계 수준에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1단계 수준으로 완화될 수 있다”며 “4~5단계의 환자라도 치료를 받으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는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을 쓴다. 근력 감소를 최소화해 원활한 신체활동을 돕기 위해 운동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손영호 교수는 “약물 치료가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해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있다”며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초기에 치료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중뇌(中腦)에 있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가 줄어 경직·손떨림·느린 움직임·자세 불안정 등이 나타나는 질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차 악화돼 9~10년 이내에 사망에 이른다. 유전적 요인, 단백질 기능의 이상, 노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lh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