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상 10%는 이미 환자
40년간 7배나 늘어 대책 시급
증상 발생 전 모르는 경우도 많아
혈당 높은 식후 30분에 운동 필요
꾸준히 하면 의료비도 크게 줄어
전체 성인의 10%(300만 명)가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늘었지만 3%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환자가 영양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당뇨대란’이 현실화됐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1명 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5회 국제당뇨병학술대회(ICMD 2015)에서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당뇨병 환자가 10.89%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공복혈당 100~125㎎/dL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는 전체 성인의 25%나 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와 건강검진자료를 바탕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관련 역학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한 고경수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표하는 통계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당뇨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했는데 40여 년 새 7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당뇨병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암 같은 합병증 발병에도 취약해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약 안 먹는 당뇨 환자, 전체 성인의 3%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따르면, 2006년 165만5,495명(5.6%)에 머물렀던 당뇨병 환자 수는 7년 만인 2013년 272만777명(8.0%)으로 크게 증가했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교수는 “1970년대 초 당뇨병 유병률은 1.5%로 현재의 8분의 1 수준이었다”며 “이 같은 증가 속도로 볼 때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지금의 2배인 591만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건강검진자료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10.89%로 조사돼 당뇨병 진단 후 약을 먹지 않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전체 성인의 2.89%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당뇨병이나 당뇨병전단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당뇨병을 늦게 발견할수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콩팥병 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당뇨병 환자의 62.5%가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는데, 고혈압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3.7배나 높다. 당뇨병 환자의 49.5%는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데,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5배나 높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80.4%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26.0%)보다 3배나 높고, 치매 유병률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후 30분부터 30~60분 운동해야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비만형 당뇨병 환자들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사요법의 보완수단으로 운동이 효과적이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 30분부터 30~60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 혈당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기업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강도 높은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가벼운 전신 운동을 통해 하루 300㎉ 이상 소비해야 한다”며 “1주일에 2일 이상 30분 정도 빠른 속도로 걷거나(1만보 정도), 자전거 타기를 30분 정도 하거나, 테니스를 30분 정도 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이상적인 운동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75% 정도다. 최대 심박수는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심박수를 말한다.
신발 크기에도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특히 운동화는 발이 편하고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궤양이 생길 우려가 높고 발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매일 일정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공복이나 식전에 하는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시간대에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저혈당이 생겨 혈당조절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공복에 운동을 하려면 운동 30분 전에 소량의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운동하면 의료비 지출도 줄고, 입원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차지은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지역사회간호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당뇨병 환자는 연간 의료비로 107만원을 지출해 운동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의 연간 의료비(130만원)보다 연간 27만원이나 적게 들었다”고 했다. 2011년 한국의료패널에 등록된 당뇨병 환자 864명의 운동 여부에 따른 의료비 지출액을 비교한 결과에서다. 차 교수는 또한 “운동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30.5%가 입원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환자는 18.5%만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