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중심에서 예방·관리로, 질병관리 패러다임이 바뀐다.

‘질병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국내외 현황’

강연자 : 홍윤철 교수(서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박준동 교수(국민건강지식센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작성자 : 국민건강지식센터

 

과거 인류를 괴롭혔던 결핵이나 홍역, 콜레라와 같은 질병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병이었다.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거나 감염에 대한 공포로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러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거치며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각종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급감했다. 현대의학은 인간에게 무병장수의 핑크빛 미래를 선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사라지자 새로운 건강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생활, 신체활동 부족, 환경오염 등과 관련된 ‘비전염성만성질환’이다.

 

비전염성만성질환(NCD, noncommunicable disease)은 이른반 ‘만성질환’으로 알려져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지 않는 질병군으로 유병기간이 길고 느리게 진행되며 완치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크게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계질환, 각종 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등의 만성호흡기 질환, 당뇨 네 가지로 구분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80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가장 큰 사망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부의 2014 노인실태조사결과 전체노인의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69.7%는 평균 2.6가지의 질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인포그래픽

출처 : 질병관리본부 인포그래픽 

2012년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남성 77.9세, 여성 84.6세로 1970년 남녀 전체의 기대수명인 61.9세보다 20년 가까이 연장됐다. 그러나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평균 66년으로 남성은 65.2년, 여성은 66.7년에 불과하다. 늘어난 20년의 삶을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그저 흘려보내는 셈이다. 때문에 ‘건강한 노후’는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 주제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이미 지난 2012년 만성질환을 전 세계 보건의료 공공의제로 채택하고 2025년까지 만성질환으로 인한 조기사망(70세 이전 사망)을 25%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역시 진단과 치료보다는 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병원과 의료인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찾아오는 환자’에서 ‘다가가는 의사’로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만성질환과 건강 위험 요인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질병예방서비스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대한민국 보건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무엇일까. 다음 강의에서는 질병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위 내용은 3월 11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 강의실(종로구 연건동 소재)에서 열린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임상개론’ 강의 내용입니다.
    다음 글은 3월 18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비룡 교수와 박병주 교수가 강의한 ‘근거 기반 건강증진 및 임상예방서비스’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