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친구 사귀기’ 힘든 우리 아이 어떻게 지도할까… “먼저 말 걸며 다가가 봐… 곧 친해질 거야

친구관계 오래 유지하지 못할 땐 친구들의 말도 귀담아듣게 지도를 올 봄 학기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집과 달리 일정한 규율을 지키야 하는 학교생활로 인해 뜻하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지도가 필요하다. 사진은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 비타커뮤니케이션 제공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때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또는 ‘공부는 잘할까’ 걱정돼서다.

그러나 이런 부모들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다. 요즘 같이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이 흔한 때에는 아이도, 부모도 어울릴 친구들을 빨리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 쉬운 까닭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9일 “친구 사귀기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들은 괜히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자녀의 상태를 잘 관찰해 새로운 환경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 친구관계가 어려운지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만 올바른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서 노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반 아이들 중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 정기적으로 일대일 놀이시간을 갖도록 이끌어준다.

방과 후 수업이나 운동, 그룹 활동(합창반, 오케스트라, 방송댄스 등)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늘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 과거에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위축된 아이, 드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고기능 자폐증(아스퍼거 증후군) 아이의 경우엔 전문적인 놀이치료나 정신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이 필요하다.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많아 친구들에게 먼저 말도 잘 걸어 쉽게 친구가 되지만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유를 알고 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친구들의 사소한 장난에도 크게 반응해 싸움을 걸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 놀이의 규칙이나 차례를 기다리는 법 등에 대해 가르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확실히 지도해야 한다.

눈치가 없고 상황에 맞지 않거나 남들이 싫어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고 남들이 잘못한 것을 지나치게 지적을 하는 것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반 아이들 중에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입장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한 자녀 밖에 없어 형제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다 보니 사회적 인지기능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도 없어진 탓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과 함께 어떻게 된 것인지, 그 때 아이의 기분이 어땠는지, 상대편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지, 상대편의 기분은 어땠을 것 같은지, 어떻게 행동했으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지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면 개선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부모가 책이나 영화 등을 같이 읽고 보면서 등장인물이 특정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을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장차 대인관계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과 자존감의 바탕이 되는 사회성은 아동청소년기에 또래들과의 적절한 상호관계를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