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건강, 평생건강]세살 비만, 여든까지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05년 10.2%에서 2010년 14.3%로, 지난해에는 15%까지 높아졌다. 패스트푸드와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동아일보DB
《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올해 초부터 ‘건강 리디자인’이라는 큰 기획 아래
‘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라는 소주제를 다뤄왔다. 새로 시작하는 세 번째 소주제는
‘아이건강, 평생건강’이다.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건강을 챙겨야 한다. ‘아이건강, 평생건강’에서는 비만,
아토피, 치아, 정신 건강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
경기 안산공단에서 일하는 김형영 씨(23). 늦둥이에 막내로 자란 그는 어릴 적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부모와 형들은 늦둥이에게 먹을 것을 많이 사줬다. 피자를 좋아했던 김 씨는 통통하고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이 됐다. 김 씨는 요즘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비만에 따른 당뇨병과 고혈압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 체중 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성인병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가끔 가족이 원망스럽다.
소아 비만의 문제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과체중인 한 어린이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 소아청소년 일곱 명 중 한 명은 비만
‘아이들은 좀 통통해야 예쁘다.’ ‘어릴 때 붙은 살은 키로 가니까 무조건 많이 먹어라.’
예전에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지만 이젠 조심스럽다.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아이 때 비만인 경우 성인이 돼서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2014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 일곱 명 중 한 명(15%)은 비만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비만율은 2005년 10.2%에서 2010년 14.3%로 껑충 뛰었다. 이후로도 2011년 14.3%, 2012년 14.7%, 2013년 15.3%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성인의 경우 BMI로 비만을 따지지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소아과학회에서 제시한 연령별 표준체중을 기준으로 비만도를 결정한다.
심각한 문제는 아이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 미국국립보건원 로버트 쿠즈마스키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6∼9세에 비만인 아이가 25세가 됐을 때 과체중일 확률은 55%이며 비만일 확률은 69%로 나타났다. 또 10∼14세 때 비만인 경우 25세에 과체중일 확률이 75%, 비만일 확률이 83%나 됐다.
건강보험공단의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20, 30대에서 초고도 비만(BMI 35 이상)이 12년간 4배 이상 늘었다. 2013년 기준으로 연령대별 초고도 비만율은 남성 20대(0.9%)와 여성 30대(0.7%)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활동량이 많은 20, 30대보다 50, 60대가 뚱뚱할 것이라는 일반의 통념을 깨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젊은층의 비만이 증가한 이유를 이들이 어릴 적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기 시작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의 20, 30대가 어릴 때부터 패스트푸드가 보편화됐고 자동차 문화의 확산으로 신체활동량이 줄었다”며 “비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안 돼 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조절이 힘든 고도 비만이 됐다”고 진단했다.
○ 아이도 당뇨병, 고혈압을 앓는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30∼40%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는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일반 아동에 비해 14.7배 높다.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에서도 대사증후군과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심혈관계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만 아동일수록 평소 활동량이 부족해 체지방이 축적되고 성장과 관련된 근육도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어렵다. 비만 때문에 초경이 일찍 시작돼 신체적 성숙과 정신적 성숙의 불균형을 일으키기 쉽다. 이 밖에 열등감,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와 왕따, 자신감 하락, 대인기피증 등으로 대인 관계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청소년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약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비만과 관련된 당뇨병, 암, 고혈압 등에 따른 의료비와 질병 치료를 위해 부모가 내원하면서 생기는 생산 차질 등을 포함한 것이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직 국내에선 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여주는 장기적 추적 연구가 부족하다”며 “보건 당국이 소아 비만을 국민 건강의 주요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 ::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비만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키가 170cm이고 몸무게가 70kg인 경우 체질량지수(BMI)는 70÷(1.7×1.7)=24.2가 된다. 성인
기준으로 수치가 18.5 이하면 저체중, 18.5∼23은 정상, 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 30∼35는 고도비만,
35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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