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육류 섭취가 비만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한국인은 좀 더 고기를 먹어야겠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고기를 권장량 이하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 할머니들은 고기를 권장량만큼 섭취하는 비율이 10%에도 못 미쳤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한국영양교육평가원장)는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성별, 연령대별 육류 섭취권장량을 제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생애주기별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이 발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문 교수가 권고한 육류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성별과 나이에 따라 최대 4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65세 이상 여성 노인은 51.4g인데 12-18세 남성은 216.4g이나 됐다. 19-64세 연령대에선 남성 137.1g, 여성 101.6g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육류섭취량은 권장량보다 적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1만7460명(남성 7355명, 여성 1만105명)의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1만2682명(72.6%)이 육류를 하루 섭취권장량보다 적게 먹었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은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인 51.4g 이상 섭취하는 비율이 8.8%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남성과 19-64세 여성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육류를 섭취권장량보다 덜 먹었다.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최윤재 교수는 “노인의 육류 섭취가 권장량에 미달하면 건강유지와 일상생활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의 연구에서 12-18세 남자 청소년의 절반가량(49.2%)은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 이상 고기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교생이 국내 육류 소비를 주도했다. 10세 이상 한국인은 하루에 돼지고기는 평균 37.5g, 쇠고기는 26.4g, 닭고기는 20.5g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과 성에 따라 육류의 실제 섭취량도 크게 달라 돼지고기의 경우 19-29세 남성은 하루 평균 80.8g을 섭취하는 데 비해 65-74세 여성은 9.3g을 섭취하는 데 그쳤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육식을 지나치게 꺼리면 영양소의 균형이 깨져 오히려 건강에 손해”라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고기 섭취를 통한 풍부한 단백질 공급이 두뇌 발달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섭취기준 등을 근거로 이번에 육류 섭취권장량을 산출했다. 10-18세 남녀는 하루에 우유 두 컵, 19세 이상 남녀는 매일 우유 한 컵을 마신다는 가정 아래 연령대별로 남녀의 적정 단백질 섭취량과 하루 칼로리 섭취량, 평소 육류 섭취량 등 식사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섭취량을 모두 더한 수치로, 달걀과 우유 섭취량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