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 시간에 졸음이 쏟아지면 일시적 생리 현상인 ‘춘곤증’보다는 질병인 ‘수면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기면증
청소년기 참기 힘든 심한 졸음 쏟아져… 각성제·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로 호전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밤에 숙면 못해 피곤 … 중장년층 많아, 심근경색·뇌졸중 이어질수 있어 위험
겨울 추위가 물러나 따뜻한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을 경험한다. 춘곤증은 신체가 계절 변화에 반응하는 것으로 병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봄철에 졸음이 쏟아진다고 해서 이를 모두 춘곤증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생리적인 증상인 춘곤증과 심각한 질환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면장애 중에서도 특히 밤에 충분히 자고도 낮에 과도하게 잠이 오는 ‘주간졸림증’을 춘곤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장애는 내버려두면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질환, 치매와 같은 각종 성인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 과도하게 졸음이 쏟아지는 현상이 지속되면 수면장애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은 기면증 의심 = 주로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수면 질환으로, 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훈계를 받는 중에 조는 등 일반적으로 쉽게 잠에 빠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한 졸음이 나타날 경우 기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수업시간에 특별히 많이 조는 학생도 기면증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기면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과도한 졸림 현상 외에도 흥분할 때 몸에 힘이 쭉 빠진다든가, 잠이 들 때 환각이 보인다든가, 가위에 자주 눌린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면증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낮 동안의 졸음 증상에 대해서는 각성제를 사용하고, 감정 변화 시 몸에 힘이 쭉 빠지는 ‘탈력발작(脫力發作)’과 가위에 눌리는 증상에 대해서는 항우울제 계통의 약으로 치료한다. 심하게 졸음이 올 때는 20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자고, 밤에는 규칙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중장년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 성인이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많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진다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주로 중장년층에서 나타나는 이 질환의 주 증상은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지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자신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잠에서 잠시 깨서 숨을 쉬고 다시 잠을 잔다. 이러한 현상이 자는 동안 무호흡증과 번갈아 가며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좀처럼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대부분 배우자에 의해 증상이 발견돼 병원을 찾는다.
이 질환을 내버려두면 무호흡으로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본인은 잠을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지만 낮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또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며, 주의력도 산만해진다. 수면무호흡증이 오래되면 무호흡으로 인한 저산소증과 교감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잘 때 산소마스크와 유사한 양압기를 착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치료한다. 코에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 내 공기 압력을 증가시켜 기도가 폐쇄되지 않도록 하는 원리다. 또 직접 기도 폐쇄 부위를 넓혀 주거나 휘어진 비중격(코 안을 좌우로 나누는 벽)을 교정해 주는 수술방법도 있다.
◇다양한 수면 질환 = 이 외에도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적사지운동증,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도 적지 않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다리를 움직여야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말한다. 주기적사지운동증이란 수면 도중에 하지를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지불안증후군과 자주 동반돼 나타난다.
몽유병이란 잠에서 불완전하게 깨어 걸어 다니는 일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주간에 과도하게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에도 단순히 춘곤증이라 여기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수면장애로 인한 것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