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기능 안해 혈당 상승… 근육과 간에 지방 쌓이고 지방세포 넘쳐 염증 일으켜
허리둘레 90㎝ 넘으면 의심… 식사량 줄이고 근육 키워야
비만·당뇨병·고지혈증 같은 현대 고질병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抵抗性)’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호르몬(우리 몸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넣어 에너지로 쓸 수 있게 만듦)이 제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당뇨병은 혈당 수치, 고지혈증은 콜레스테롤 수치만 약으로 낮추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당뇨병·고지혈증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뇨병 약 중에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뇨병은 물론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박상훈 헬스조선 기자
◇인슐린 저항성, 근육·간 망가뜨려
음식을 먹으면 대사를 통해 세포가 쓸 수 있는 형태인 포도당으로 바뀐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세포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세포의 문을 열어도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못 들어가고 혈액에 둥둥 떠다니는 상태다. 그러면 우리 몸은 포도당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포도당을 만들어내고, 쓰이지 못하고 남은 포도당은 지방 형태로 우리 몸에 저장된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영향을 받는 장기는 근육, 간, 지방이다〈그래픽〉. 인슐린 저항성으로 근육에 포도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근육은 에너지를 내기 위해 지방을 받아들이게 된다.
차봉수 교수는 “고급에너지인 포도당 대신에 저급에너지인 지방을 쓰다 보니 근육이 충분히 힘을 내지 못해 결국 근육량이 줄고 근육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포도당이 충분히 쓰이지 못하다 보니 포도당을 만드는 간은 더 이상 포도당을 만들지 않고 에너지를 지방으로 쌓아둔다. 이게 ‘지방간’이다. 간에 지방이 계속 쌓이면 해독, 면역물질 생성도 잘 안 된다.
지방세포는 넘치는 지방을 계속 저장하다 더 이상 지방을 흡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염증물질을 분비한다. 염증물질이 혈액에 녹아들어 우리 몸을 돌아다니면서 온 몸을 공격하게 된다.
◇허리둘레 90㎝ 이상이면 인슐린 저항성 의심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의심할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허리둘레가 90㎝(여자는 80㎝) 이상이라면 인슐린 저항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조직이 많은 복부의 둘레가 크다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는 신호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23 이하인 정상체중이라도 내장에만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뚱뚱하다고 모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것은 아니다. 에너지를 대사하는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차봉수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섭취한 에너지를 쓰고 얼마나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식생활 조절·운동 병행해야 해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방법은 칼로리 섭취를 줄여 에너지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근육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운동으로 근육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운동으로 근육의 포도당 소비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식생활 개선을 운동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약 중에는 근육과 지방조직이 포도당을 더 많이 쓰도록 하는 약이 있다. 조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비만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약보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을 먼저 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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