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이면 퉁퉁 부어오르고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벌침’, 청산나트륨의 100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진 ‘복어 독’, 체내에 흡수되면 신경과 근육은 물론 장기 조직에까지 해를 입히는 ‘뱀독’은 모두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맹독이지만 이 3가지 독 모두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질병 치료에 유익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독들은 어떻게 인체에 유익한 약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 염증이나 통증 치료에 효과.. ‘벌침’(봉독, 봉침)
벌침 치료 혹은 봉침요법 등으로 익히 잘 알려진 ‘봉독’은 꿀벌의 산란관에서 분비되는 독액으로 75%가 단백질로 구성돼 신경통과 류머티즘, 요통 등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환 치료 외에도 봉독을 함유한 화장품은 각종 피부 트러블에 진정 효과가 있어 다수 화장품 회사에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 청산나트륨 1000배의 독성이 통증 치료와 마취제로.. ‘복어 독’
흔히 복어 독은 독성이 강해 성인이라도 단 0.5mg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어 잘못 섭취했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정도의 맹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복어 독 역시 통증 치료제와 마취제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 생화학 무기로 사용된 맹독성 물질이 주름살 펴는 보톡스로..
통조림과 같이 오랜 시간 밀폐된 음식에서 흔히 발견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은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생화학 무기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근육을 마비시켜 눈가와 미간, 이마 등 주름을 개선하는 이른바 ‘보톡스’로 활용되고 있다.
◆ 고대 로마 시대부터 치료의 신으로 불리던 ‘뱀독’
독사의 종류에 따라 뱀독의 종류 역시 여러 가지로 나뉜다. 코브라의 독과 같이 신경 계통에 영향을 미쳐 호흡 장애와 심장 활동을 마비시키는 신경성 독과 살모사나 반시뱀 독과 같이 모세 혈관의 벽을 파괴하여 혈관계통과 신체 조직에 해를 끼치는 혈액성 독 등이 있다.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통증은 없지만 전신에 독이 퍼져 몸이 마비되고 사망에 이르게 되며,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 물리면 출혈과 함께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뱀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치료에 활용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약으로 오랜 시간 사용되어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북살모사 독의 경우 혈액응고방지제 ‘아그라스타트’가 개발되며 급성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뱀독을 이용한 뇌졸중, 항암제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뱀독 치료 권위자로 알려진 하나로한의원 신광호 원장은 “살모사독의 용혈작용은 한의학적으로 어혈성 질환, 즉 혈전의 형성과 혈관의 폐쇄, 혈관벽의 비후나 염증으로 인한 혈관의 압박, 염증과 부종을 수반하는 제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혈관을 따라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과 면역학적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통증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로 개발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포의 대상이었던 독을 인류에 도움이 되는 대상으로 바꾸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