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18)군은 정말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를 꿈꿨던 것일까. 21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터키에서 사라진 김군은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8000여㎞를 날아가 제 발로 시리아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사실상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외톨이 청소년이 ‘현실 세계’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IS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홈스쿨링’이라 해도 김군처럼 집에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15일까지 모두 1666통의 전화통화를 했지만 이 가운데 1657통(99.5%)은 동생에게 건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고 쪽지로 소통했던 김군은 동생을 제외하면 단절된 삶을 살았던 셈이다. 이처럼 김군처럼 인터넷을 통해서만 세상과 연결된 경우 허상에 빠지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실적 기반이 폐쇄된 청소년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어 인터넷에 유통되는 극단주의 종교나 사상에 쉽게 젖을 수 있다”며 “외부 세계에서의 존재감 발현이 자신이 꿈꾸던 IS 가담을 통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동생에게 하루에 28통의 전화를 한 셈인데 망상의 초기 증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인정 욕구가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학교 부적응 등으로 자존감이 많이 훼손된 것 같다”며 “나를 받아 주고 이해해 주는 집단을 IS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군은 페이스북에 ‘난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어.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라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김군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서 활동하는 10~20대 남성에게서 엿보이는 여성 혐오적 성향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IS의 전신)를 좋아한다’는 글도 남겼다. 손석한 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10대인 김군이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반(反)페미니즘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과거 호감을 가진 여자친구에게 상처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없이 인터넷에 빠져든 이들의 특성은 컴퓨터 속의 상대와 대화할 뿐 현실 세계에서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우리 사회에 부적응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없는 한 ‘제2의 김군’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