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에 유명 트레이너가 등장해 혹독한 운동으로 살을 빼게 하는 ‘다이어트킹’이란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했었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훈련을 통해 수십 킬로그램을 감량해서 누가 승리하는가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그 후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누렸다. 다이어트는 이제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진짜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은 ‘비만환자’들이다.
비만이란 건강을 해치는 비정상적 또는 과도한 체지방의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만은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지방간, 담석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위식도역류질환, 수면무호흡증, 골관절염, 월경이상 및 불임, 우울증, 각종 암 등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이다.
또한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사망률도 증가한다. 예를 들어 체질량지수(비만지수)가 35㎏/㎡ 일 경우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나 증가한다. 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하여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으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세계인구 중 16억 명이 과체중이고 4억 명이 비만이라고 추산하였고 2015년에는 23억 명이 과체중이 되고 7억 명이 비만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2005년에는 31.7%(남자 35.1%, 여자 28%)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1991년도 조사결과인 17.1%보다 2배 정도 증가 된 수치이다.
사실 비만 자체가 다인성 질환이라 어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식습관부터 생활습관, 인종적 차이, 환경 및 사회경제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유전적인 요인이 비만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를 위해선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이 모두 필요하다. 잘 짜인 저칼로리 식단,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의 충분한 섭취, 하루 1.5ℓ 이상 물 마시기, 최소한 하루 30분씩 주 5회 이상 운동하는 것과 좌식생활에서 탈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이런 방법을 꾸준히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고 효과도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약물치료를 받는다.
한때 시부트라민이라는 비만 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유사제품도 많이 나와 있었고 처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하에서 불법유통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심혈관 합병증으로 시부트라민은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장기간 사용이 승인되어 있는 약제는 오를리스타트뿐이다. 오를리스타트는 지방의 체내 흡수를 저해해 비만을 치료한다. 그러나 오를리스타트가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서양인과는 다르게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을 가진 동양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수술요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비만은 체질량지수 25㎏/㎡ 이상, 고도비만은 30㎏/㎡ 이상을 말한다. 비만수술이란 고도비만환자의 위장관에 해부학적 변화를 가해 체중감소를 유도하고 비만 관련 합병증을 치료,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수술이다.
비만수술의 원리는 음식의 섭취나 흡수를 제한토록 하는 것이다. 섭취 제한 수술로는 조절형위밴드술과 위소매절제술이 있고,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로는 담췌우회술·십이지장전환술이 있으며 두 가지 원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혼합형으로는 ‘루와이 위우회술’이 있다.
비만수술을 받게 되면 비수술군과 비교할 때 비만에 의한 조기 사망률이 30∼40% 감소하며 기대여명은 89% 증가한다. 따라서 수많은 동반질환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이는 만성 질환인 비만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만수술이다. 각종 비만치료를 다 해봤으나 체중감량에 실패했을 때 외과적 방법으로 비만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