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지방 많아져 혈관 노화… 복합 탄수화물 부족, 장기에 무리
심혈관계 질환 위험… 사망률 상승, 섭취량보다 식품 종류에 신경써야
살을 빼기 위해 ‘당질 제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많다. 당질 제한 다이어트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식사법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건강의 적(敵)’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고, 단백질은 근육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당질 제한 식사를 장기간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무조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다 보면 혈관 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양질(良質)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관 건강 위협, 사망률 높여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사를 했더니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2012년에 발표된 적이 있다. 스웨덴에서 30~49세 여성 4만3396명을 대상으로 약 1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하루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20g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은 5g 늘린 사람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에서는 2013년에 여러 편의 논문을 메타 분석했는데,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사를 했더니 총 사망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동물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쥐들의 건강 상태를 식사법에 따라 비교했다.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사를 한 쥐 그룹이 표준적인 식사를 한 그룹에 비해 죽상동맥경화증이 15.3% 더 발생했고, 혈관 기능도 떨어져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들에 대해,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 섭취를 약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체중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장기적으로 시행하면, 통곡류·과일 등에 든 복합 탄수화물이 부족해지고, 육류 속 동물성 지방이 몸에 과다하게 들어와 건강에 안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복합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각 장기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데 무리가 가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항산화물질도 덩달아 부족해진다”며 “동물성 지방은 혈관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간·신장 같은 혈관이 많은 장기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사망률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채소 반찬 세 가지에 단백질 식품 추가
적게 먹어도 문제, 많이 먹어도 문제인 탄수화물·단백질의 적정 섭취량은 어느 정도일까? 탄수화물의 경우 총 섭취 에너지의 75%까지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인은 소화 등의 문제로 고기·생선·달걀 등 단백질 식품을 너무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총 섭취 에너지의 55~65%, 단백질은 15% 정도로 맞춰야 한다. 잡곡밥(남성은 한 공기, 여성은 3분의 2공기)에 채소 반찬 3가지, 김치, 단백질 식품으로 만든 반찬(생선구이·두부조림·콩자반·불고기·계란프라이 등) 한 가지를 곁들여 먹으면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박민선 교수는 “매 끼니마다 모든 반찬을 챙겨 먹기가 힘들다면, 세 끼 중 한 끼는 잡곡밥 채소 비빔밥을 먹고, 나머지 두 끼에는 단백질 식품 반찬을 먹는 식으로 적절히 나눠서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탄수화물·단백질 質이 더 중요”
탄수화물·단백질 섭취량을 정확히 맞추는 게 어렵다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식품 종류에 신경쓰면 된다. 한양대병원 맞춤형비만치료센터 하태경 교수는 “밀가루·흰쌀 같이 정제된 탄수화물은 가급적 먹지 말고, 복합 탄수화물이 많이 든 통곡류·채소·과일 위주로 먹으라”며 “단백질도 동물성 대신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먹으면, 섭취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 위험이 커지지 않으면서 체중 감량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