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수진 교수
2014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초경 연령은 만 11.4세다. 초등학교 5~6학년을 전후해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이보다 이른 나이에 어른을 서두르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인데 신체 변화가 시작됐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변화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감당하기에 벅차다. 정서적 위축은 물론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성조숙증이 저신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래보다 일찍 열린 성장판은 그만큼 일찍 닫힌다. 최대 10㎝ 이상 작을 수 있다. 명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수진 교수에게 성조숙증과 저성장에 대해 들었다.
성조숙증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사춘기에 겪는 신체적 변화는 크게 3단계다. 여아는 가슴이 커지고 음모가 발달하며 마지막으로 초경을 한다. 남아는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난 뒤 목소리가 변한다. 정상적인 사춘기는 여아 기준 만 11~13세다. 남아는 1~2년 늦다. 또래에 비해 신체 변화가 2년 이상 일찍 시작하는 것이 성조숙증이다. 여아는 만 8세에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남아는 9세쯤에 고환 크기가 어른 엄지손가락 한 마디 이상 커진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조기사춘기가 있다. 사춘기를 동반하지 않은 조기 유방 발육, 조기 음모 발육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성조숙증인지 조기사춘기인지를 알려면 병원에서 성장판 검사와 성조숙증 자극 검사를 받아야 한다.”또래보다 사춘기가 조금 빨리 왔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성조숙증을 치료해야 하나.“조기사춘기나 조기 유방 발육은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성조숙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성조숙증은 초등학교 1~3학년 때 온다. 또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 힘든 나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신체 변화가 오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무엇보다 저성장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또래보다 성장판이 일찍 열리고 그만큼 일찍 닫힌다. 클 수 있는 시간을 2년 이상 손해본다. 현재 성조숙증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성조숙증이 저성장을 동반한다고 했는데, 방치한다면 얼마나 작아지나.“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최종 예상 키보다 10㎝ 이상 작아진다. 아이의 예상 키는 부모 키 평균에서 여아는 6.5㎝를 빼고, 남아는 더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오차는 4~5㎝다. 예를 들어 어머니 키가 165㎝, 아버지 키가 175㎝라면 딸아이의 예상 키는 159~168㎝다. 이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있다면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나 150㎝대 초반에 성장이 끝날 수 있다.”성조숙증을 치료하면 저성장도 함께 해결되나.“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이 치료는 신체 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굉장히 좋다. 하지만 성장은 예외다. 대개 성조숙증을 발견하고 병원에 오는 시기는 사춘기 중후반이다. 이땐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한 상태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간혹 부모가 늦게 발견해 초경을 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데, 성호르몬억제제와 성장호르몬을 함께 투여하면 초경은 확실히 뒤로 미뤄지는 반면 성장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그 때문에 평소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성호르몬억제제가 성장을 방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아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평균 성장속도는 1년에 4~5㎝다. 사춘기가 오면 7~10㎝씩 큰다. 성호르몬억제제를 투여하면 눈에 보이게 빨리 자라던 속도가 떨어지니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키가 자라지 않는 건 아니다. 또래가 자라는 것만큼 자란다. 성장만 놓고 봤을 땐 급성장기를 잠시 뒤로 미뤄두는 거라고 보면 된다.”성조숙증이 없는 아이에게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되나.“작은 편이거나 평균인 아이에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아주 작은 아이를 작지 않게 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작지 않은 아이를 크게 하는 건 어렵다. 성장호르몬은 맞는 시기가 중요하다. 사춘기 시작 전에 맞아야 효과가 크다. 여아를 기준으로 보통 초등학교 4~5학년이면 사춘기가 시작되므로 1~2학년부터 2년 이상 맞아야 효과를 본다.”성장호르몬 치료는 어떻게 하나.“성장호르몬은 주사로 투여한다.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성분은 모두 같다. 다만 투약 방법이 다르다. 주사기 모양도 있고 펜 형태도 있다. 최근엔 장난감처럼 생긴 장치도 나왔다. 하루 한 번 자가 투여하는 방식으로 2년 정도 치료한다. 치료기간이 길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보다 편리한 방법이 좋다. 특히 어린 나이라면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가 크다. 바늘이 보이지 않고 투여가 쉬운 장난감 모양이 거부감이 적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