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상태로 운전 사고 위험 10배

이영완 기자 도로에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동차로 상대를 위협하는 보복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시비 끝에 상대 운전자를 자동차로 들이받은 사람에게 처음으로 살인미수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면 실제로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통연구소의 토머스 딩거스 교수 연구진은 2011년부터 3년간 3500여 명의 운전자를 관찰·분석해 23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자동차에 카메라와 마이크, 센서 등을 장착하고 운전자의 주의가 산만해지는 행동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총 주행거리는 550만㎞가 넘었다. 그 사이 905건의 심각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운전자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

관찰 결과 운전자를 가장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은 정신을 완전히 잃게 하는 마약 복용이나 음주였다. 법규를 준수하고 운전에 집중한 경우보다 사고 가능성이 35.9배나 높았다. 다음이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경우였다. 정상 상태보다 충돌 사고 가능성이 9.8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3.6배)이나 졸음 운전(3.4배) 때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특히 화가 난 상태에서의 운전은 음주나 마약 복용보다 일상에서 더 자주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운전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딩거스 교수는 “배우자와 다투고 난 뒤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과속을 하고 앞차에 바짝 붙으며 전조등을 위로 향하게 하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50%가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고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서 운전자의 55%가 보복운전을 했거나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회식 자리에서 다툼이 있었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대리운전을 부르는 게 안전을 위한 행동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