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늦어지면서 연약한 아기 늘고 있다

만혼·난임 영향 저체중·조산아 출산 증가… 쌍둥이 출산 확률도 높아져

올해 다섯 살이 된 아름이는 병원이 낯설지 않다. 2011년 3월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보던 날 아름이의 몸무게는 2㎏밖에 안 됐다. 두 달 가까이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자라고서야 겨우 병원 문을 나섰다. 하지만 같은 또래에 비해 늘 작은 체구였던 아름이는 지난해까지 달마다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이 이만하면 딱히 건강상의 문제는 없으니까 병원 발길 줄여도 된다고 말할 때 눈물이 핑 돌았어요. 마음껏 뛰어놀게 잘 키우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싶더라고요.” 아름이 엄마 주연희씨(36)는 아름이가 ‘평범한’ 아이로 자라기까지 지난 4년 동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몸무게만 적게 나갔을 뿐 딱히 건강상의 문제가 없이 자란 아름이는 다행인 예다. 몸무게 2.5㎏ 미만으로 태어나는 저체중 출생아들은 병을 앓거나 심하면 사망하게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을 못 채우고 나오는 조산아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신생아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가 2월 발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저체중 신생아 비율과 조산율은 계속 높아져 왔다. 2003년 4.1%였던 저체중 신생아 비율은 2013년 5.5%까지 올라갔다. 조산율 역시 같은 기간에 4.5%에서 6.5%로 높아졌다. 신생아 수는 2003년 49만543명에서 2013년 43만6455명으로 줄었지만, 저체중 신생아는 1만9806명에서 2만4189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생존이 심각하게 염려되는 1.5㎏ 미만의 극소저체중아는 2003년 1910명에서 2013년 2961명으로 50% 이상 늘었다.

조산아는 대체로 저체중 신생아인 경우가 많다. 임신 후 37주 이전에 일찍 나오게 되는 만큼 몸무게가 일반 신생아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아기의 비율은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에서 눈에 띄게 높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라다 보니 몸집이 작게 나오는 셈이다. 2003년 49.3%였던 다태아 중 저체중 신생아의 비율은 2013년 56.8%까지 높아졌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둥이’ 형제들과 같은 다태아들의 절반 이상이 저체중 문제 때문에 부모의 걱정을 함께 안고 태어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신생아들을 간호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산율 10년간 계속 늘어 6.5%로

쌍둥이 이상 다태아들에게서 저체중아의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흔히 인공수정 등으로 부르는 다양한 보조생식기술을 써서 태아가 수정될 경우 쌍둥이 이상이 나올 확률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수정과정에서 착상 확률을 높이기 위해 둘 이상의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쌍둥이같이 둘 이상의 태아가 들어서면 조산을 할 확률도 56.5%로 단태아(4.8%)에 비해 훨씬 높다. 결국 늦은 결혼과 그에 따른 임신의 어려움이 저체중·조산아 출산이라는 자녀세대의 건강 염려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ㄱ씨는 아내 뱃속에 있던 쌍둥이 중 하나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경기도의 농촌지역에 사는 ㄱ씨는 아내가 임신 26주차이던 지난해 9월 감기에 걸린 아내의 손을 잡고 지역의 산부인과를 찾았다. 지역의 작은 산부인과에선 손쓰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대도시 종합병원의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기려 했지만 병상이 모자라다는 답을 들었다.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 끝에 두 아이가 태어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 아이는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조산해서 집중치료실로 가면 군에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길래 신청하러 가니 예산이 없어 다음해에나 나올 거라고 해요. 누굴 탓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병상도 모자란 데다 결국 아이가 죽고 나서 1년 뒤에나 지원을 해준다는 말에 확 치밀어 올라서 애꿎은 군청 직원한테 소리를 지르고….” ㄱ씨는 저체중과 조산으로 고생했지만 잘 살아남아준 아이와 산모에게 고맙다가도 문득 아무것도 못해준 아이가 떠올라 착잡해진다고 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병상 수와 저체중·조산아를 위한 예산이 부족한 현실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전국에서 1600여곳이 운용되고 있지만 필요 병상을 충족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강원지역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 특히 시 단위 이하의 지역에선 신생아 1000명당 4.2곳으로 책정된 필요 병상 수를 채우지 못해 부족 병상만 4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5년 예산에 반영돼 늘어난 집중치료실 병상은 10개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총 필요 병상 2035곳을 채우지 못해 집중치료가 필요한 아기 다섯 명 중 한 명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의료현장에서 부모와 아기를 쉴 새 없이 마주하는 의사들도 이런 비극에는 쉽게 무뎌지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냥 저체중이나 조산으로 나와서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돌보면 몇 달 뒤엔 건강해져서 나가는 아기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아기들도 있는 게 현실이니까 마음이 아프죠. 아기가 먼저 가버리거나, 잘 살아남더라도 커서 장애가 남는 경우도 보게 되니까요.” 제일병원 주산기과 곽동욱 교수는 난임부부를 돕기 위한 보조적인 의료가 늘어나면서 뜻하지 않은 안타까운 사연도 점차 느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난임, 저체중·조산 신생아를 도울 수 있는 여지도 늘었다는 건 다행이지만 (태아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약한 아이의 건강문제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출산 이후 산모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적잖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특히 양가 조부모나 가족 구성원들이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에 산모들은 출산 전후로 다양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간호사 구모씨(40)는 ‘고령 임신’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내원한 산모들에게서 똑같이 확인하기도 했다.

“산모 나이가 적지 않고 어렵게 임신이 됐으면 어쩌면 그게 아기를 낳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한마디씩 건네는 말도 부담스럽고, ‘아기를 못 낳으면 어쩌나’ 싶어 걱정하다 보면 예정일이 임박해 올수록 압박감도 더 커지는 거죠.”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구씨는 고령 산모의 아기가 크고 작은 병치레에 시달려 병원에 드나들 때마다 그 어머니의 얼굴은 아예 ‘죽은 빛’이 돼 있는 모습을 매일 본다고 말했다. “아기가 좀 덜 건강하더라도 좋게 생각하면 태어나 줘서 감사할 일인데, 그 책임이 엄마에게 있는 듯이 보는 시선 때문에 죄인이 되는 거죠.”

한 종합병원 신생아실에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누워 있다. / 서성일 기자

산모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문제

저체중·조산아 출생 비율이 높아진 것과 함께 조산모의 평균연령도 함께 높아져 왔다. 2003년 30.5세이던 조산모들의 평균연령은 2013년 32.5세로 10년 만에 2세 가까이 높아졌다. 첫 출산을 하는 나이가 같은 기간 29.7세에서 31.8세로 높아진 것처럼 늦춰진 출산이 조산율에 영향을 미쳤다. 조산과 관련이 있는 난임환자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20만8000여명에 달해 2007년 17만8000여명에서 약 16% 증가했다.

고령의 임신과 출산은 산모들에게 더 큰 정서적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출산을 전후한 산모의 정신건강에 대한 보건정책이 전혀 수립돼 있지 않은 현실을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난희 전문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산전관리에 정신건강을 포함시켜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정신건강 특히 우울증이 산전관리정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현재의 산전관리는 이미 80년 전에 정해진 것으로, 저체중·조산율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산모 특성별 맞춤형 표준산전관리 서비스와 함께 꼭 필요한 기본검사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만혼과 난임 때문에 약한 아기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의료적인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가족을 구성하는 결혼이 뒤로 미뤄지는 상황에서 출산연령만을 앞당기긴 어려운 탓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박종서 부연구위원은 “현재는 가족 형성 초기 지원이 더 긴박한 상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첫째로 가족 형성 초기에 해당하는 결혼, 임신, 첫째아 및 영아기에 정책적 지원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신혼부부 주거지원의 강화, 임신 중 의료지원, 첫째아 양육수당 및 영아 돌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체중아 출산을 경험한 아름이 엄마 주연희씨도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안 그래도 갓난아기는 작지만, 일찍 나온 저체중 아기는 상상 이상으로 더 작아요. 작게 나온 약한 아기 잘 돌봐주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아이가 제때 제 몸무게로 나올 수 있는 맘 편한 세상이 되면 더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