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박사의 건강 비타민] 고혈압약 툭 하면 거르는 당신, 만성심부전 위험 42% 커진대요

착한 환자와 나쁜 환자로 구분한다면, 어떤 기준일까?

 자영업에 종사하는 하모(51·서울 구로구)씨가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은 12년 전이다. 주치의는 혈압 약을 처방해 주면서 담배는 당장 끊고, 술은 최대한 자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라고 당부했다. 3년 전 하씨는 심한 흉통으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스텐트를 삽입하는 치료를 받았다. 그에게 물어보니 금연, 절주, 규칙적인 약 복용 등 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지킨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에도 불규칙한 생활은 계속됐고, 올해 4월 신장 기능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다른 사례를 보자. 강모(46·서울 송파구)씨는 7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1m75㎝ 키에 90㎏에 이를 정도로 비만이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의료진은 그에게 혈압 약 복용과 함께 체중을 70㎏대로 줄이라고 권했다. 강씨는 초기에는 약 복용을 종종 걸렀다. 그러나 2009년부터 스마트폰에 혈압 관리 앱을 깔아 복약일지와 혈압을 매일 기록했다. 그는 병원에 올 때마다 그동안 자신의 일지를 필자에게 보여준다. 강씨는 새끼손톱 절반만 한 작은 혈압 약 한 알을 매일을 복용하는데 혈압을 비롯한 각종 신체 지수가 다 정상이다.

 두 사람 다 혈압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았고, 혈압 약 복용과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비슷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의 몸 상태는 현재 극과 극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 등 만성 생활습관병을 적극 관리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특히 젊은 고혈압 환자들의 미치료율은 매우 높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 미치료율은 남자가 90.3%, 여자가 74.3%에 달한다. 여기서 미치료율이란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가 현재 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한 달에 20일 미만으로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잘 복용하면 ‘치료순응도’가 높다고 말한다. 이것은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것은 혈압 조절 실패의 주요 원인이며, 나아가 심혈관계 합병증, 사망률 등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이 1999년부터 2002년까지 6만 명가량의 본태성 고혈압 환자 중 처방된 약물의 실제 복용 비율이 80% 미만인 환자를 3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도가 7%, 뇌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13% 정도 증가했다. 심장에 이상이 발생해 몸 구석구석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만성심부전 위험도는 42%나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낮은 치료순응도를 보였던 환자는 3년 동안 1인당 약 3500달러(한화로 약 386만원) 이상의 의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모든 의사는 치료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한다. 필자는 요즘 스마트폰 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만성질환에 있어 약 복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받아들이지 않던 환자들이 의사와 통계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개발된 신뢰할 만한 앱을 통해 10년 뒤 당신의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비교적 잘 수긍한다.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쓴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질환에 관련된 앱을 깔아 적극 활용해 보자. 치료순응도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