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공감이 필요하다.

수많은 집단 따돌림과 학교 내 폭력 사례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나면서 느낀 가해자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감능력의 결여] 였다. 특히 반복적인 가해행위를 하는 가해 청소년의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었다는 점을 “정말로”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묻지마 살인이나, 성폭력 등의 문제 등도 대부분 고통에 대한 인식능력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결과로 인해 발생된다. 결국 모든 폭력의 근저에는 감정의 몰이해, 즉 공감능력의 결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폭력의 양상과 가해자 및 피해자에 관한 연구

  • 학교 폭력의 정의

학교폭력은 자신보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학생에게 가해지는 위협, 또는 실제 행위를 총칭한다. 이는 타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무언가를 방해할 목적이 있는 행위로, 시간에 걸쳐 반복되어 나타나고, 힘이 더 센 편에서 약한 편으로 가해가 이루어지는 공격의 한 형태이다. 이는 직접적인 신체 및 언어적 폭력, 간접적인 배제 혹은 뒷담화, 사이버 상에서의 폭력의 네 가지 범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21_학교폭력-공감이-필요하다1

 

  • 청소년기 신체적, 사회적 발달에 따른 폭력성 대두

대부분의 통계는 초기 청소년기에 학교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아마도 초기 청소년기에 겪는 큰 변화에 대한 적응 스트레스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성적 발달이 매우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며,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크게 늘면서 공격적인 행동의 위험성도 급증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발달해야 할 전두엽과 같은 조절 중추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여, 청소년들은 충동이나 공격성의 조절이 힘든 상황에 봉착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가족중심의 관계에서 또래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새로운 또래문화를 형성할 때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과정에서의 적응과정에서 또래 간 폭력이 나타날 위험성이 증가된다.

 

  • 학교폭력 가해자의 특성

가해자의 성격적인 특성을 연구한 두 편의 연구들을 보면, 가해그룹이 갖는 가장 핵심적 공통 특성으로(Olweus, 1994), “공감능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낮고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지니면서 동정심이 없다” 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런 공감능력의 결여는 가해그룹이 꼽은 이유를 들어보면 명백해진다(김용태, 1997). 대부분의 아이들이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따돌림 당할만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거나(83.4%), 친구들이 따돌리니까 덩달아서(40.7%), 자신의 집단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서(18.5%)라고 언급하는 등, 따돌림을 피해자 요인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는 가해 아동의 심리 사회적인 역동 속에, 좌절, 공격성의 표현, 따돌림 당한 경험에 대한 보복과 공감 능력의 부족, 또래의 압력이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 따돌림 현상의 특성

따돌림 현상의 일반적인 특성을 보면, 간접적 가해(소외, 모함)에서 직접적 가해(모욕, 폭행, 갈취)로 발전하는 경향,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원인을 전가 시키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의 주동자가 따돌림을 주도하고 대부분의 학생은 동조 또는 방조하는 경우, 따돌림은 교사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따돌림 현상은 학생들 사이의 집단 규범으로 인해 교사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따돌림 현상의 추세는 더욱 문제가 많은데, 1)집요하다, 2)은밀하고 집단화의 정도가 심해진다, 3)가해 학생들의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성이다.

 

  • 따돌림 피해학생의 대처방식 및 이유

이에 따라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의 대처방식도 대단히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따돌림을 촉진 내지는 지속시킬 수 있는 양식들이 많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씀 드려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는 불과 10%에 불과했고, 행동 양식이 조용하고 소극적으로 변한다(43.6%), 따돌리는 아이들한테 잘해준다(23.6%), 태연히 행동한다(21.1%),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20.4%), 결석하거나 전학한다(19%), 인기 있는 아동에게 붙는다(18%) 등의 양상을 보였다. 이런 대응은 의논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돌림의 해결을 위한 접근

21_학교폭력-공감이-필요하다2

따돌림의 해결책은 총 네 가지 원칙의 순서를 따른다. 먼저, 따돌림 상황을 반 구성원 내지는 학교 구성원 전체에 알린다(공개의 원칙). 이후, 따돌림 과정에 대해서 피해 당사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며, 그 고통을 피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표현의 원칙), 이를 가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공감하게 한다(공감의 원칙). 최종적으로 이에 대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분명한 사과를 하도록 해서(사과의 원칙) 전 구성원 사이에서 더 이상 따돌림은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을 통해서 2년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약 50%의 학교폭력/따돌림 감소를 보였다.

공감을 증진시키는 교육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보면,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적 접근은 아동, 청소년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접근법이다. 예방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 일뿐만 아니라 발생한 폭력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관계의 핵심: 공감능력의 진화과정과 뇌 발달

행복이 싹트는 것은 관계를 통해서이다. 인간의 뇌가 진화해오면서 대인관계 기능에 대한 부위의 진화도 놀랄 만큼 함께 발달되어 왔다. 다른 어떤 동물에 비해서 복잡한 관계 기능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다.

 

현대와 그리고 미래 사회에서는 공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 능력이 행복의 토대가 된다. 공감은 의미 있는 관계의 기초이다. 친구를 잘 사귀는 아이들을 보자. 그리고 그 관계가 오랫동안 발전하는 아이들을 살펴보자. 모두 잘 들어주는 공감의 귀를 가진 아이들이다.

공감회로란 무엇인가?

인간을 동물과 다른 진정한 사회적 존재로 기능할 수 있게 해주는 회로가 공감회로이다. 공감이 없는 사회는 개미나 꿀벌의 사회처럼 개인이 영원히 외로운 일 벌레로 남는다. 공감회로가 작용하기에 인간은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개인과 사회와 함께 커나갈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공감회로는 세 가지 종류의 신경회로로 구성된다.

 

첫째, 행동을 모방하는 회로가 있다.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우리 뇌의 감각운동 시스템의 신경회로는 우리가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과 똑같이 활성화가 일어난다. 타인의 동작 경험을 내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 회로를 [거울신경 회로]라고도 한다.

 

둘째, 감정에 반응하는 회로이다. 공포, 분노와 같은 강함 감정을 경험할 때, 뇌도(Insula)와 편도핵, 그리고 그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망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이 회로는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활성화된다. 특히 내가 돌보는 사람들(가족들, 친구들)이 경험하는 감정 상태를 함께 느낄 때 강하게 활성화된다.

 

셋째,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회로이다. 이 회로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TOM)]과 연관된 회로이다. 일반 아동에서는 대개 만 3-4세 사이에 발달이 시작되고, 신경회로망을 이루는 신경뉴런의 전도성이 모두 완성될 때까지, 즉 뇌의 수초 형성(myelination)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의 완성의 시기는 놀랍게도 20대 초반이다. 따라서 20대 초반까지는 공감 능력을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

공감 능력 증진을 위해 부모가 지녀야 할 태도

21_학교폭력-공감이-필요하다3

  • 아이에게 공감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보자

예를 들면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아이와 공감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 비난하지 않는 태도로,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 공감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주목하자

내가 집중을 하고 있는 아이의 움직임, 자세, 표정을 살펴본다. 핵심은 우리 뇌의 [거울 뇌신경 회로]를 활성화 시켜, 아이의 움직임을 미러링(mirroring)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이의 상태를 느끼는 것이지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 보자

적극적으로 표면 아래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상상을 한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아이의 어린 시절, 기질, 성격, 최근의 일들, 당신과의 관계-을 고려해본다. 그리고 무슨 영향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거기에 현재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함께 넣어 고려해본다. “아이가 어떤 것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을까?” “아이에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아이가 내게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되 성급히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 내가 느낀 것을 확인해 보자

나의 느낌과 생각을 아이에게 중간 중간 확인 해본다. 그리고 내 공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런 질문을 비난하거나 혼내려는 태도로 아이에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의 모든 말에 동의하라는 것은 아니다. 부모로서 의견이 있다면 이를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공감을 하면서도 아이에게 부모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공감과 주장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 공감을 받자

부모로서 당신도 공감 받을 권리가 있다. 부모로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동의가 아니라 아이가 “부모 마음을 알아주는 것” 이라고. 부모로서 당신이 더 열려있고, 정직할수록 공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는 가족조차도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직 깨닫고 있지 못할 수 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으면 부모의 마음을 약간이라도 헤아려줄 수 있다. 아이의 진솔한 위로의 말을 들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드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마치는 글

묻지마 살인, 성폭력, 집단 따돌림 등 폭력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 중, 학교폭력의 경우, 현재 피해를 받는 아동과 학급전체의 아동 및 청소년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매우 장기적인 정신병리 후유증을 안겨준다. 집단 따돌림 등 학교 폭력은 은폐되고 드러나지 않을 때 악화되고 더욱 진행되며,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더욱 어려움이 증폭될 뿐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

 

집단 따돌림의 피해아동뿐만 아닌, 가해아동의 정서-행동 문제도 심각하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공감능력의 결여이다. 피해 및 가해아동뿐만 아니라, 방관 아동들의 경우에도 공감능력이 문제가 발견되는 일이 흔하다. 그러므로 공감능력의 증진을 위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며, 여기에 문화예술교육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각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 것으로
과학적 연구결과와 출판된 논문 등 분명한 정보의 출처를 갖습니다.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인용 및 배포를 원하는 경우에는 출처를 표기해야 하며
기타 문의사항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로(02-2072-4587) 연락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