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고역이다. 천근만근 짐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식사만 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고 빈 듯한 느낌이다. 춘곤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봄이 되면 풀빛이 파래지고, 만물은 소생한다는데, 자신은 소생은커녕 더욱더 고사되는 느낌을 가진다고 호소한다. ‘피로’는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10대 증상 중의 하나인데, 봄이 되면 더욱 늘어난다. 다행히 이러한 춘곤증의 대부분 원인들은 따뜻해지는 온도의 변화, 업무 환경의 변화, 과로 등 일시적인 변화와 문제들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각한 질환의 시작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춘곤증을 포함해서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개인의 생활습관이다. 불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자주 먹는 인스턴트 식품, 반복되는 회식과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원인은 가장 흔한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깨끗하지 못한 연로를 사용하고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린 자동차는 빨리 고장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신선하지 못한 음식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몸은 빨리 망가지게 되어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우리 인체는 심한 독감을 앓은 후에도 아무 후유증 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반면, 물을 조금 적게 마셨다는 이유로 피로가 유발되기도 하는 섬세한 기관인 것이다. 봄이 되면서 잦아지는 야외 활동과 집회, 이로 인한 과음, 불규칙적인 수면은 춘곤증을 유발시키기에 너무도 적절한 조합들이다. 두 번째로 많은 이유는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과 같은 정신적인 이유이다. 봄이 되면 학년도 바뀌고, 직장에서도 새로운 인물들을 맞이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키고,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피곤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에서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춘곤증이 많은데, 이때는 적절한 휴식보다도 오히려 적극적인 육체적 활동과 운동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명상이나 복식호흡, 일기쓰기 등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신체적 질환들이 피로의 원인일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질병은 피로를 유발한다. 감기, 간염, 독감 등은 피로를 유발하기로 소문난 질병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병들은 피로보다는 다른 증상들이 더 심하고 급성으로 지나가므로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로가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심각한 질환들은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등인데, 이때는 자꾸 심해지는 피로가 수주일 이상 계속 지속되며,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몸무게가 급격히 빠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는 등의 각 질환에 특징적인 증상도 동반된다. 그 외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최근 복용을 시작한 것이 있다면 피로의 원인으로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하는 하나의 질문은 자신이 ‘만성 피로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병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앞에서 열거한 질병도 없으면서 자신의 직장이나 취미 생활을 못할 정도의 피로가 쉬거나 수면으로도 전혀 호전되지 않으며,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고려해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보다도 더 희귀하여 피로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100명중에서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릇파릇 변하는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여 피로를 더욱더 느끼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하여야할 일은 자신의 생활양식을 정비하여보고 최근 심해진 스트레스들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최근 무리를 좀 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의 충분한 휴식만으로 피로가 없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잠을 늘이고 휴식을 즐기라는 것은 아니다. 일과 함께 휴식이나 수면에도 규칙성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피로를 호소하는데 ‘운동’을 하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약간의 운동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10분에서 30분 사이의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빨리 걷기를 하루에 2-3번 시행하는 정도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노폐물을 연소시켜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식사로는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일정양을 먹으라는 것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불규칙적으로 행한 때우기 식의 식사 습관은 최근 들어 많이 보게 되는 피로의 주요한 원인이다.

 

업무가 너무 과중할 때는 일의 중요도를 잘 평가하여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아예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중요한 일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일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마음이 힘들 때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보는 것도 훌륭한 대책이다. 어차피 처리해야할 과중한 업무라면 즐겁게 무리를 하고, 그 과로의 대가를 즐기겠다는 정신적 여유를 갖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다. 물론, 이런 여러 노력들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계속될 때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치료해야할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거나, 열, 숨참 등이 동반되고, 피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질 때는 가능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조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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