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임신부 10명 중 1명은 유산을 경험하고, 유방암 발병률은 일본을 제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 김모(31·경기도 안양시)씨는 올해 초 둘째 아이를 유산했다. 임신 7주째였다. 염색체 이상으로 태아 발달이 되지 않는 계류유산(稽留流産)이라고 했다. 김씨는 “18개월 된 첫째 아이에게 한창 손이 갈 때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주위에 유산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부 10명 중 1명은 유산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신부가 건보공단에 임신확인서를 내면 ‘임신출산 진료비’ 50만원(다태아 70만원)을 준다. 지난해 건보공단에서 진료비를 받아 간 임신부는 46만8769명이다. 그런데 같은 해 출생자는 41만5598명으로 임신한 인원보다 11.34%(5만3171명) 적다. 최근 5년치(2009~2013년) 평균은 9.4%였다. 남 의원은 이를 토대로 임신부의 약 10%가 유산을 겪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연유산이 느는 이유는 임신 연령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깊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자연유산 진료 인원 분석 결과(2010년)에 따르면 유산은 30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다. 40대 이상이 되면 유산 위험은 30대에 비해 5배까지 올라간다. 일산병원 정재은 산부인과 교수는 “35세 이상은 신체적인 노화로 인해 난자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것도 유산 증가 원인 중 하나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산 경험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며 “가임기 직장 여성들이 야근 등을 포함한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정부 지원 건강검진 항목에 산부인과 항목을 늘려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여성은 동아시아 여성 중 유방암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방암학회는 국내 유방암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52.1명(2012년)으로 집계돼 동아시아 1위였던 일본(51.5명)을 제쳤다고 밝혔다. 국제 암 등록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유방암 발병률은 2008년 인구 10만 명당 38.9명에서 4년 새 33% 증가했다.
이는 생활습관 서구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7명(73%)은 암 세포가 여성호르몬에 반응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앓는다.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 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높다. 또 다른 특징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만 15~44세 연령대에서는 유방암 발병률이 미국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송병주 이사장은 “육류나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비만하면 유방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영·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