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뚝딱’ 서울시 에이즈 신속검사 받아보니

신속검사 도입 후 HIV 검사자 8배 증가…”조기발견·치료에 긍정적”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서울시 에이즈 신속검사에 쓰이는 키트에 채혈한 피를 묻히고 있다. ⓒ News1

# “따끔해요” 하늘색 의료용 장갑을 낀 손이 주황색 짧은 바늘로 오른손 중지 끝을 찔렀다. 소독을 거친 깨끗한 손에선 붉은 피가 봉우리 모양을 그리며 올라왔다.

검사자는 투명한 막대로 피를 두 방울 정도 거둬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용 키트에 올려놓고 검사 시약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끝이었다. 긴장했던 시간들이 무상하게도 검사는 3~5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HIV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에이즈는 HIV 감염자의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환과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총칭한다.

“20분 후 검사실로 전화를 주시거나 직접 방문하시면 검사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검사자는 정확히 20분 후 울리도록 설정해놓은 초시계를 켠 뒤 건조하게 말했다.

검사실에서는 아무도 구태여 내 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신상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묻는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감염 의심 행동을 한 지 3개월이 경과했는 지와 잠시나마 내 이름을 대신할 두 자리 숫자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였다.

3개월 경과 여부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의 잠복기가 3개월이어서 이 기간을 지나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묻는다고 했다.

20분을 기다린 후 결과를 보기 위해 검사실을 다시 찾았다. 신원 확인용 두 자리 숫자가 적힌 접수증을 제출하니 검사자는 검사결과 목록을 확인한 뒤 “음성으로 나오셨어요. 이상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접수부터 결과 확인까지 걸린 시간은 총 30분 남짓이었다.

기자가 동대문구보건소를 찾아 서울시의 HIV 감염여부 신속검사를 받아본 17일 오후 풍경이다. 신속검사는 서울시가 지난 4월부터 동대문·성동·용산·영등포구보건소 등 네 곳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검사법이다.

채혈부터 결과 확인까지 약 3~7일이 소요됐던 기존 EIA법(Enzyme Immunoassay, 효소면역시험법)과 달리 짧은 시간(20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범사업을 실시한 올 4월부터 8월까지 이 검사법을 통해 모두 1811명이 검사를 받았다. EIA법만 실시됐던 지난해 같은기간의 226명과 비교하면 약 8배 늘었다. EIA법도 신속검사와 마찬가지로 익명성은 보장했기 때문에 검사 시간 감소가 결과적으로 검사에 응하는 이들을 크게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사를 받는 이들의 수가 늘어난 것과 비례해 양성판정(HIV바이러스 감염판정)을 받은 이들의 수도 지난해 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는 등 6배 증가했다.

키트 반응별 결과 ⓒ News1

HIV 검사를 통해 이상소견이 발견될 경우에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다시 한 번 확진 판정을 받는다. 감염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국가와 시가 에이즈 관련 진료비를 절반씩 분담해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검사 시범도입으로 검진건수와 양성 진단건수가 모두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에이즈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속검사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시가 신속검사법을 통해 검사를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969명의 응답자 중 91.4%가 ‘매우 만족(62.0%)’, ‘대체로 만족(29.4%)’한다고 답변했다. ‘주위에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88.5%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는 한정된 보건소에서만 신속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탓에 검사자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 대에는 검사를 받는데 다소 불편이 따를 수 있다. 시범사업 실시하 보건소들도 ‘오전은 대기자가 많으니 가급적 오후에 방문해주시길 바란다’며 오후 방문을 당부했다.

서울시는 내달 28일까지 시범사업을 계속 진행한 뒤 자체 평가를 거쳐 내년 초부터 신속검사법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보건소 전체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HIV/AIDS 신고현황에 따르면 내국인 에이즈 감염인은 7788명으로 매년 800여명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감염인의 37%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