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호흡기 알레르기의 예방과 치료

김모(32·여·인천시 부평구)씨는 최근 기침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천식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10대 청소년기부터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살았다. 늘 콧물과 재채기, 코 막힘 증상이 있었지만 알레르기엔 약도 없다는 지레짐작만으로 특별히 치료를 받지 않은 게 천식을 부른 빌미가 된 셈이다. 김씨는 어느 날부터 목에 가래가 낀 듯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밤중엔 기침 때문에 자다가 깨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알레르기 환자에게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아침저녁 찬 공기 속 과민반응으로 괴롭다고 하소연을 하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알레르기 행진이란 알레르기 질환이 특징적으로 순서에 따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영아에게서 발생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절정을 이루다가 수그러들면서 알레르기 비염이 생기고, 그것이 다시 기관지천식 형태로 이행하는 식이다. 5세 이전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환자들을 7세가 될 때까지 계속 추적, 관찰한 결과 43%에서 천식이 발생했고, 45%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재채기, 콧물, 코 막힘 등의 코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알레르기성 천식은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이 폐 속 말초기관지까지 침범해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과 더불어 기침 발작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예방법은 접촉 또는 노출 시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알레르겐)이 무엇인지 파악해 일상생활 중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게 노력하는 회피요법이 상책이다.

이상표 가천대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따라서 알레르기 소질을 가진 가족이 있는 가정에선 이불을 자주 햇볕에 말려 소독하고, 소파도 천보다 가죽소재 제품이 권장된다. 카펫이나 천 소재의 커튼을 피하고, 애완동물도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이렇게 항원을 피하는 방법만으로 알레르기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호흡기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모두 일일이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개털, 고양이털, 곰팡이 등 50∼60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물질을 차단하는 게 쉽지 않을 때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 같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전신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국소용 스테로이드 약제가 많이 개발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알레르기는 방치하면 그대로 지속되는 질병이 아니라 점점 더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고, 뜻밖의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병임을 깨닫고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이상표 가천대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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