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심혈관질환자의 건강한 겨울나기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70대 김영환 씨는 겨울이 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외출할 때는 체온 유지에 신경을 쓰는 등 각별히 조심한다.
김 씨처럼 고혈압, 뇌중풍(뇌졸중),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자에게 겨울은 괴로운 계절이다. 이 질환들은 혈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특히 겨울철에 발생률이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심근경색 발생률이 2% 증가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체온 유지를 위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 상승을 유발하고 결국 혈관에 부담을 주게 돼 심장, 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자 위협하는 미세먼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추운 날씨뿐만 아니라 겨울철에 심해지는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계절별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겨울이 ㎥당 30μg으로 봄(㎥당 26μg) 여름(㎥당 22μg) 가을(㎥당 21μg)과 비교해 가장 높다. 중국 발 미세먼지와 강우량 감소 등이 미세먼지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9일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진행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미세먼지가 ㎥당 10μg 증가하면 사망자 수는 0.44% 늘어났다. 국내 미세먼지의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당 100μg 이하, 연간 평균 ㎥당 50μg 이하이다. 연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우 나쁜 단계인 ㎥당 350μg이 되면 사망자 수가 13.2% 증가하는 셈이다. 서울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115명이므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서울에서 하루에 15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 교수는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당 30μg인데, 이 수치를 반으로 줄이면 서울 인구의 수명을 1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을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올해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오염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담배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의 경우 심혈관 질환에 끼치는 영향이 20%인 반면 실내외 대기오염은 35%로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자는 외출 시 반드시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전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효과가 없으므로 전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런 마스크는 세탁 후 다시 사용하면 대기 오염의 필터링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일회용을 쓰는 게 좋다. 또 집에서는 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자주 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는 겨울 소금 섭취 줄여야
혈압은 여름에는 떨어졌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이후 급상승한다. 바깥 기온이 떨어지면 땀을 적게 흘리게 되고 말초 혈관이 수축해 피의 흐름을 방해한다. 고혈압 환자와 고령일수록 실내외의 기온 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심하다. 또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 수축이 촉진돼 혈압 상승과 더불어 동맥 경화증의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한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겨울에는 소금 섭취량도 줄여야 한다”며 “혈압 상승은 스트레스와도 관계가 많다. 잠을 충분히 자고 미지근한 물로 목욕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등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따뜻한 날 오후에 빨리 걷기,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타기,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4일, 한번 할 때마다 30∼45분씩 하는 게 좋다. 수영도 좋지만 수영 후에는 몸과 머리 등을 완전히 말려서 따뜻하게 한 뒤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심장에도 무리가 가 중장년층에서 심장 돌연사가 증가한다. 돌연사란 증상이 나타난 뒤 1시간 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돌연사 중 대부분은 심장병으로 생긴다.
겨울철은 고혈압의 합병증이 일어나기 쉽다. 적절한 항고혈압약제 복용과 더불어 음식 조절, 체중 감량, 금주, 금연, 소금섭취 제한, 운동 등을 통해 고혈압의 합병증 위험을 줄여야 한다. 또 평소 적정 체중과 정상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진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혈관계는 스트레스에 매우 예민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이 수축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일단 받은 스트레스는 최대한 빨리 술이나 담배가 아닌 건전한 방법으로 풀어야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채널A 종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