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담배,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

여야가 저가 담배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하는 가운데,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함께 흡연경고 그림 도입을 함께 논의했었다. 하지만 흡연경고 그림은 예산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부수법안에서 제외됐다.

설 연휴가 끝나고 오는 24일 여야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흡연경고 그림 도입 의무화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여야 의원들은 흡연경고 그림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도입을 반대하는 신중론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흡연경고 그림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흡연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기준,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년간(1989~2009년) 21.4% 감소했으며, 이는 OECD 국가가 평균적으로 15.8% 감소한 것에 비해 매우 급격한 감소 추세라 굳이 경고그림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담배경고 그림 도입으로 당장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될 담배 소매상들, 담배 재배 농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고 그림 도입 표시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고 그림 도입에 따른 담배 소매상들의 호소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라며 “설령 담배경고 그림을 도입하더라도 도입 시기나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소비자단체도 정부의 담배갑 경고그림 도입 추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이하 담소협) “올해부터 담뱃값이 80% 인상됐고 실내공중이용시설의 전면금연 등 갈수록 흡연자들에 대한 규제가 지나쳐 흡연자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만이 커져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건강증진이란 명분으로 개인의 기본적이 권리마저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고그림 도입에 대하여 자발적인 흡연자들의 참여없는 규제로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소협 관계자는 “정부의 종합적인 범국민 금연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흡연자들이 왜 세금을 내는지, 내고 있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세금을 내는 만큼 정당하게 대우받는지 직접 마음에 닿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진정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시급한 선행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담배갑에 경고그림 새긴 국가들은 얼마나 효과를 봤을까.

담배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어 흡연율을 낮춘 것은 외국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는 2000년엔 전체 흡연율이 24%에 달했지만 도입 후 2001년에는 22%로, 2006년엔 18%로 줄었다.

2002년 담배 경고그림을 도입한 브라질도 2003년 흡연율이 종전 31%에서 22.4%로 감소했으며, 호주도 2006년 경고그림 도입 이후 금연 상담 전화 이용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나아가 2012년 12월 세계최초로 담배갑에 대한 어떤 홍보 또는 판촉문구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담배포장 간소화 규제 법률’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동남아에서 싱가포르는 2004년 7월부터 경고그림을 도입해 1998년 15.2%였던 성인 흡연율이 12.6%로 까지 하락했으며, 태국은 2006년 담배 경고 그립을 도입해 53%가 건강 위험을 더 인지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담배갑에 경고그림 도입은 증세도 아니며 효과도 입증됐다”며 “다만 국내 실정에 맞는 담배경고 그림을 넣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