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단비 기자] 1970년 HPV(Human Papilloma virus, 사람 파필로마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이 바이러스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후로 HPV으로부터 여성의 몸을 지키는 백신이 등장했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의 이름을 따서 HPV 예방백신으로 불린다. 그러나 실상은 바이러스 이름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통용되어 불린다.
이 백신이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HPV 16형과 18형의 발생을 막는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편의상 불리는 별칭 탓에 오히려 자궁경부암의 발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HPV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의 위험에서 일부 보호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접종자 그룹에서 자궁경부암 전단계의 병변을 발견하는 조기진단의 적극성을 떨어뜨리고 경구피임약 복용, 흡연 등의 위험인자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궁경부암은 암세포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전암병변으로부터 시작되므로 암이 되기 전 전암병변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효과적인 암 예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HPV백신접종과 더불어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꼽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암협회는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통해 지난 30년간 자궁경부암 발생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밝히며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암협회는 자궁경부암 조기발견을 위해 성관계를 시작한 여성이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의 하나로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2~3년에 한번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는 자궁경부 표면에 떨어져 나온 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암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한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검사를 받지 않은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만으로 사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연구에서 경구피임약의 장기간 복용이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제시했다. 경구피임약이 어떻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지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5년 이상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자궁경부암 발생 증가와 연관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국내외 암학회에서는 자궁경부암의 예방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의 횟수를 늘릴 것을 권장했다.
한편 부작용이 우려돼 백신 접종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HPV 감염유무를 알아보는 검사도 있다. 이 검사는 앞서 소개한 세포진 검사와 같이 진행된다. 세포진 검사가 자궁 내 세포가 암으로 변할 조짐이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라면 HPV검사는 세포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자궁경부에서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내는 검사다. 따라서 세포의 암성변화 이전에 암으로 발전할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HPV 검사로 자신의 위험도를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정보로 앞으로 더 열심히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궁경부암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피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