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대교 난간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인 30대 남성./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자살자 유가족 151명 조사..정신의료기관 이용한 비율 25.1% 그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은 우울장애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망 직전까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5년 심리부검’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가족·친지 등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일정 기간의 심리적 행동 변화를 재구성해 그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번 심리부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자살로 숨진 121명의 유가족 151명을 조사한 결과다.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대상자 중 88.4%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중 우울장애가 74.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망자 중 사망 직전까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자살 사망자의 85%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셈이다.
자살 사망자 중 사망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사망자는 전체 25.1%에 그쳤다.
오히려 복통이나 불면증 같은 치료를 위해 1차 의료기관, 한의원 등에 방문했던 경우가 28.1%로 더 높았다.
이는 자살에 이르는 과정에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사망자가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 비율은 49.5%로 절반 수준이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살을 예방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동네의원에서 자살 위험과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부검을 확대 실시하고 자살 원인 분석을 강화하겠다”며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심리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내용이 포함된 범부처 차원의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내달 중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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