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맨손체조로 체온 올린 뒤 스트레칭, 운동 효과 만점이죠

스키 매니어인 류용상(30·광주광역시)씨. 스키 자격증을 보유한 실력파지만 부상에서 자유롭진 않다. 지난 시즌에는 어깨, 허리 문제로 2주 동안 스키폴을 내려놨다. 하지만 그는 올해엔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류씨는 “스트레칭 대신 빠르게 걷기, 제자리 뛰기 등 다섯 가지 동작으로 준비운동을 바꿨다”며 “체온을 올리고 비슷한 동작을 한 뒤 스키를 타면 움직임이 자유롭고 몸의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준비운동=스트레칭’은 공식처럼 알려져 있다. 근육을 잡아당겼다 몇 초간 유지한 뒤 풀어주면 운동할 준비가 끝났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오히려 본 운동을 방해할 수 있다. 본 운동 종류에 따라 준비운동의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효율적인 스트레칭 방법과 순서를 소개한다.
준비운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순서에 따라 관절을 풀어주고, 체온을 올린 뒤 본운동에 맞춰 스트레칭을 실시해야 한다. [중앙DB]
준비운동은 운동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정진욱 박사는 “웜업(warm-up), 즉 준비운동을 본 운동 전 10분가량 실시하면 체온이 올라가며 근육대사가 높아지고 부상 위험도 함께 낮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엔 준비운동이 필수다. 갑작스러운 운동이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긴장시켜 급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건국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상진 실장은 “준비운동은 땀이 맺힐 정도로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시작하고, 한 부위가 아닌 전신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대중적인 준비운동은 스트레칭이다. 정적, 동적, 탄성, PNF 등 수많은 스트레칭이 있지만 근육을 잡아당긴 채 10~30초간 유지하는 정적 스트레칭이 가장 널리 활용된다. 정 박사는 “정적 스트레칭은 어디서든 쉽게 따라 하고 꾸준히 실천하면 관절 가동 범위가 늘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을 자극해 운동 전 몸을 예열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준비운동 10분은 ‘운동 보약’
그러나 정적 스트레칭이 준비운동의 ‘바이블’은 아니다. 양 실장은 “달리기, 자전거 타기, 헬스 등 격렬한 운동에 정적 스트레칭은 운동 수행력과 부상을 예방하는 데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이 남녀 5명씩 최대산소섭취량의 65% 수준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킨 후 정적 스트레칭을 시켰다. 그 뒤 다시 자전거를 타게 했는데, 동일한 강도의 힘을 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한 쪽의 산소섭취량이 분당

2ml/㎏까지 늘었다. 에너지 소모량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 차이는 정적 스트레칭을 막 끝냈을 때 가장 컸다.

또 2013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학 연구팀이 정적 스트레칭과 준비운동 효과를 다룬 104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정적 스트레칭은 나이, 성, 운동 경험을 불문하고 근력과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을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유연성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관절과 근육의 지지력이 느슨해지고 긴장한 근육이 에너지 생성을 낮추려는 탄성 반응이 생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런 정적 스트레칭의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려면 최대 시간이 45초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운동에 따라 준비운동 달라져야
그렇다고 정적 스트레칭을 무조건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운동선수의 기록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이분법적으로 ‘정적 스트레칭은 좋지 않다’고 결론짓기엔 스트레칭의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단, 이 교수는 “기초체력이 낮은 고령자는 본 운동 전 과도한 스트레칭이 근력 운동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정확한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다른 근육과 관절을 가동시켜 오히려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정확한 자세를 강조했다.

정 박사는 “관절 돌리기, 맨손체조나 가벼운 순환운동으로 체온을 올린 뒤 정적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양 실장은 “근육이 활성화한 상태에서 정적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라며 운동 후 실시하는 것을 권했다.
동작이 큰 운동을 즐긴다면 동적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양 실장은 “동적 스트레칭은 근육을 늘려 버티는 게 아니라 반복해 늘리는 방법”이라며 “본 운동과 유사한 동작을 실시하면 근육 협응력과 예열효과가 높아져 몸을 원활히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움직이면서 몸을 푸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시합 전 달리면서 팔을 돌리기거나, 다리를 높이 차는 것이 한 예다. 달리기 전 무릎 높이 올려 걷기, 베트민턴을 할 땐 런지를 하는 식이다. 본운동에 따라 정적, 동적 스트레칭을 배합할 수도 있다. 단, 잘못된 스트레칭은 오히려 부상의 원인이 되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강도나 프로그램을 설정한다. 호흡도 중요하다. 정적 스트레칭에선 근육을 늘릴 때 숨을 내쉬고, 정지할 땐 정상 호흡을 유지한다. 동적 스트레칭 땐 움직임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호흡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