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 심해도 간 기능 수치는 양호…’정상’ 판정 맹신 마라

우등생의 비결은 오답 노트에 있다. 건강검진을 받고 난 뒤 ‘성적표’를 꼼꼼히 점검하면 건강 우등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지를 들여다봤자 해석이 불가한 경우가 다반사다. 어려운 의학용어와 복잡한 수치가 걸림돌이다. 짤막한 의사 소견을 읽거나 ‘정상’ 판정에 안도하고 넘기기 일쑤다. 서랍에 넣어뒀던 검진결과표를 다시 꺼내 들여다보자. 내년 건강 계획을 세우는 지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평소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똑똑한 건강검진 결과 해석법을 알아두면 금상첨화다.

건강검진은 질병이나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받는 검사다. 질병의 조기 진단이 최우선 목적이다. 질병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평가해 건강을 유지하고 위험요인을 교정하기 위해 받는다. 하지만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맹신은 금물이다. 이대목동병원 김정숙 건강증진센터장은 “평소 생활습관, 흡연 여부, 가족력 등을 숙지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꼭 필요한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며 “검사 후에는 결과에 따른 지침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 건강검진은 기본적으로 비만과 시각·청각 이상, 고혈압 여부를 점검한다. 또 소변검사로 신장질환을, 피검사로 빈혈·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동맥경화·만성신장병·간장질환을, 영상검사로 폐결핵 및 흉부질환을 검사한다. 항목별 정상 범위를 안내하는 참고치를 토대로 종합판정을 한다. 여기서 질환 의심자나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되면 2차 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정상’ 판정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다. 검진에서 ‘정상’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한다. 절대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정상 참고치도 기관별로 검사법, 사용 시약, 검사 기기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특히 미처 질병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정상 범위를 다소 벗어나도 안심할 수 있는 ‘예외’란 항상 존재한다.

위 절제술 받았다면 혈색소 주의

전혈구 검사 결과를 보자. 혈색소·혈소판·백혈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단 검진에서는 혈색소검사를 가장 기본으로 한다. 혈색소는 혈액 속에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낮으면 빈혈, 높으면 다혈증(적혈구 증가증)을 의심한다.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위절제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암이나 위궤양에 따른 천공으로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위산 분비가 줄고 철분·비타민B12 흡수가 잘 안 된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 이선진(가정의학과) 교수는 “정상 범위에 있지만 하한치에 걸려 있다면 빈혈로 넘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며 “내과 혹은 산부인과 같은 전문 진료과에 가서 원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 기능의 주요 지표는 AST·ALT·감마지티피 수치다.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치가 상승한다. B·C형 감염 보균자는 수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승했다면 바이러스가 활동성으로 변한 것인지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별한 질병과 증상이 없는데도 간 수치가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녹즙·홍삼액 같은 진액 형태의 건강식품을 자주 먹거나 장기간 약을 복용한 사람이 그렇다. 반대의 사례도 간혹 나온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는 “간경변이 심해 간 자체가 작아져 있다면 AST·ALT 같은 간 지표가 정상 범위이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흡연·고혈압·가족력 고려

콜레스테롤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강 지표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검사를 위해 총콜레스테롤·HDL(고밀도지단백)·LDL(저밀도지단백)·중성지방 수치를 따진다. HDL은 착한 콜레스테롤,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하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뜻한다.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이다.

이상지질혈증은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위험인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위험인자로는 흡연, 고혈압,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아주 낮은 경우, 관상동맥 가족력 등이 꼽힌다. 치료 시점·목표가 위험인자 개수와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주요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일 때는 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우선 수주 혹은 수개월간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다. 이후에도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60㎎/dL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경동맥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은 LDL이 100㎎/dL 이상, 관상동맥질환 등 초고위험군은 70㎎/dL 이상일 때 약물치료에 돌입한다”며 “콜레스테롤은 단순한 정상 범위 수치가 아닌 위험인자까지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임산부, 정상 나와도 재확인해야

검진 결과에서 정상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도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안심해도 되는 사례가 있다. 간 질환자는 빌리루빈(담즙 색소) 수치가 정상 범위인 0.1~1.2㎎/dL보다 높다. 빌리루빈이 2~4㎎/dL 정도로 올라가면 대부분 간염·지방간 같은 간 장애를 의심한다. 2㎎/dL 정도는 황달로 이해한다. 김영상 교수는 “황달 및 간질환이 있을 때 빌리루빈 수치가 상승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담도가 막혔을 땐 4㎎/dL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유전성질환인 길버트증후군인 사람도 몸 상태에 따라 수치가 2~3㎎/dL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다. 김 교수는 “대다수 길버트증후군으로 빌리루빈 수치가 조금 상승하더라도 술·약물을 주의하라는 권고만 한다”고 전했다.

갑상샘호르몬(T3·T4)은 거의 모든 세포에 관여한다. 에너지 생성을 증가시키고, 정상 발육을 촉진한다. 또 몸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관련 질환이 늘면서 검진 항목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갑상샘 기능은 갑상샘호르몬과 갑상샘자극호르몬(TSH)의 수치를 따져야 한다. 예컨대 갑상샘기능저하증이면 호르몬 수치는 떨어지고, 자극호르몬 수치는 상승한다. 그러나 호르몬 수치는 지극히 정상인데 자극호르몬 수치만 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무증상 갑상샘기능저하증이다. 이선진 교수는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라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약물치료를 하지 않지만 갑상샘기능저하증·항진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재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산부라면 검진 결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모두 정상으로 나와도 산부인과 주치의를 찾아 항목별로 꼼꼼히 살피는 게 좋다. 임신 분기별로 정상 기준이 달라 때때로 호르몬 보충이 필요한 임산부도 있다. 소변검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소변검사는 중간뇨를 채취해 검사하는 게 기본이다. 소변을 잘못 채취하면 세균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어 재검사를 권고한다. 문제는 재검사를 해도 연속해서 세균뇨가 검출될 때다. 임산부 건강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조산 같은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김정숙 센터장은 “검진표에 정상이라고 나왔다고 섣불리 질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정상 범위지만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평소 식습관과 운동, 수면, 스트레스 같은 건강습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알아두면 좋은 결과표 속 용어

위축성 위염
만성 염증 탓에 위점막의 정상 구조물이 파괴된 상태. 위점막이 얇아져 보임. 내시경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이 자체만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님. 다만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 권장.

장상피화생
위의 점막이 장의 점막처럼 변한 상태. 위에 염증이 생기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되며 발생. 위암의 위험요소이므로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 권장.

치밀형 유방
질병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병명이 아님. 유방의 유선, 유관을 지지하는 조직의 밀도가 높은 것을 의미. 유방 촬영 시 유방이 전체적으로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병변이 잘 안보일 가능성 높음.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는 것 권장.

미세석회침착
유방 조직에 1~2㎜ 이하의 칼슘 입자가 들러붙은 상태. 초기 유방암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병변이므로 주의. 유방 촬영 검사에서 확인이 가능하나 유방 초음파로는 발견되지 않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