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현대사회의 치료약은…’평등’과 ‘관계’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하는 ‘수저 계급론’은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로 거론되는 불평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수입 2억원 이상인 금수저를 가진 사람은 자산 5천만원 또는 연수입 2천만원 미만인 흙수저를 쥔 사람에 비해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정치사상가이자 경제사학자인 R.H.토니가 저술한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은 1926년에 출간됐다. 그는 약 90년 전 영국의 모습을 보고 책을 집필했지만, 그 내용은 2015년 한국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인 경제성장에 매몰되면 관계가 끊어져 불화가 팽배한 사회인 ‘취득적 사회’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상이한 계급의 경제적 기준과 교육적 기회가 심대하게 대립하는 곳에서는 공동문화가 아니라 한쪽의 굴종 또는 분노, 다른 쪽의 시혜 또는 오만이 결과한다”고 주장한다.

취득적 사회에 대비되는 개념은 ‘기능적 사회’로, 자본 축적보다는 복지와 공동문화를 강조하고 결속과 형제애를 중요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기능적 사회를 지탱하는 관계의 뿌리를 기독교 신앙에서 찾는다.

신은 인간에게 ‘사람됨’을 부여했고 인간은 신의 ‘인격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회적·민족적·인종적 차별은 신의 의도와는 반대된다는 것이다.

또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신병적 질환에 가까운 부나 권력 숭배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고세훈 옮김. 한길사. 456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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