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함을 느낄수록 오래 산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이 나쁘면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나 불행감 그 자체가 건강 악화 또는 조기 사망의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벳 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수와 리처드 피토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연구진은 60세 전후의 영국 여성 70만명(평균 연령 59세)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행복감과 스트레스, 건강상태, 생활습관 등을 설문조사했다. 6명 중 5명 꼴인 83%가 자신들이 일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답했고, 불행하다고 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매년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행복도 측정 결과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거듭된 조사를 통해 초기에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밝힌 사람이 불행하다고 답할 확률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불행하다는 사람들은 대개 흡연 중이거나 운동이 부족하거나 독신이었다.
10년 동안 연구대상자의 4%인 3만1000명이 숨졌는데, 건강상태(고혈압·당뇨·천식 등 여부)나 생활방식(흡연·빈곤·비만 등) 등을 고려해 사망자를 분석할 경우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의 사망률과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의 사망률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행복 그 자체가 심장마비, 암 또는 전반적인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흡연 등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진 경우에는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커졌다.
류 교수는 “아픈 것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불행감 그 자체가 당신을 아프게 하지는 않는다”며 “불행감, 스트레스와 사망률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피토 교수도 “불행감이 사람들을 과식, 과음, 흡연 등의 건강하지 못한 습관으로 이끌 수 있다”면서도 “불행감이나 스트레스 자체가 직접적으로 질병을 초래한다는 믿음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행복감에 많이 느낄수록 수명이 길다는 기존 학설과는 상반된 결론을 내놨지만, 박탈감이 적을수록, 비흡연자일수록, 동반자가 있을수록, 종교단체나 사회활동 참여자일수록, 적절한 수면시간을 가질수록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에서는 기존 연구와 내용이 유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