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의 원칙과 현황’
강연자 : 박진호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건강증진센터), 김윤 교수(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작성자 : 국민건강지식센터
난 20년 동안 발병률이 15배 증가한 암이 있다. 2011년의 경우 4만 568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이기도 하다. 바로 갑상선 암이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표된 보고서 ‘글로보캔(GLOBOCAN)’에 따르면 한국인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영국의 15배, 미국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특별히 많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국가암검진 사업을 도입하고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의 5대 암에 대한 조기검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암 검진시 3만원에서 5만원정도의 비용을 내면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갑상선 암 검사도 일반화되었다. 갑상선암에 대한 검진이 늘어나면서 암 발병률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발병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20년 동안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거의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지난 해 11월 뉴욕타임즈에 ‘갑상선암이 전염병인가(An Epidemic of Thyroid Cancer?)’라는 기사가 실린바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진호 교수와 김윤 교수는 건강검진의 원칙과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박진호 교수는 건강검진에 대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질병에 대해 미리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은 조기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에는 이미 질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내놓은 ‘2012년 암 발생률·생존율·유병률 현황’에 따르면 1990년대 41.2%였던 암의 상대생존율이 2012년 66.3%로 높아졌다. 이런 결과는 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암 조기 발견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위암과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자료 : 국립암센터. 2012년 기준. 총 암 발생자 22만4,205명
하지만 박진호 교수는 전립선 암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PSA 검사는 건강한 인구집단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50%를 넘지만 양성 반응이 실제 전립선암에 해당하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과잉검진은 환자에게 고통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예방의 근거가 있는 검진에 대해 선별해서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과잉검진으로부터 야기되는 과잉치료 시 방사선 노출로 인한 추가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암 진단과 치료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교수는 “건강검진은 평생건강관리 프로그램 중 2차 예방에 해당하지만 1차 예방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생건강관리프로그램은 외견상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중요한 각종 질병의 위험요인을 파악해 평생 동안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 1차 예방 |
질병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예방대책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질병을 유발하는 행동을 수정하거나 예방접종 실시, 적절한 상담 등이 이에 해당한다. |
* 2차 예방 |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함으로써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기검진을 통해 암과 같은 질병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이어 김윤 교수는 현행 국가건강검진사업의 운영체계를 설명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윤 교수는 “좋은 건강검진이란 명확한 근거가 있고 검진 결과가 정확해야 하며 또 검진 결과 이상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건강검진을 통해 국민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검진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분산돼 시행되고 있는 국가건강검진 관리체계를 일원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가 시행하는 건강검진은 신생아, 임산부, 학생, 영유아, 일반인, 생애전환기, 노인 등 10여 가지에 달한다. 여기에 관여하는 부처도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교육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돼 있으며 수행주체와 재원 역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 학교, 사업체 등으로 나뉘어있다.
김윤 교수는 “검진기관 평가체계 역시 공단은 일반평가, 질병관리본부는 전문가 평가 등으로 이원화 돼 있어 평가결과 활용이 어렵다”며 “1인 검진을 순차적으로 모아놓은 생애주기별 맞춤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관리체계가 미흡해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검진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일회성 검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평생건강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만성질환과 같은 질병의 경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검진이 낭비될 수 있는 만큼 검사기관에는 검사 의뢰만 하고 1차의료기관을 통해 검사 결과 상담 및 생활습관개선 서비스 제공과 같은 철저한 사후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윤 교수는 현재의 건강검진이 ‘검사’ 중심이라면 앞으로의 건강검진은 ‘건강관리’와 ‘질병관리’로 개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3월 25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 강의실(종로구 연건동 소재)에서 열린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임상개론’ 강의 내용입니다.다음 글은 4월 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철민 교수와 민경복 교수가 강의한 ‘생활습관관리1(금연, 절주)’으로 구성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