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예방서비스, ‘유병장수’ 시대의 해법

‘건강증진과 임상예방서비스’

강연자 : 조비룡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작성자 : 국민건강지식센터

 

 

한국이 늙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말이다.

 

고령화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 3.8%에 불과하던 노인인구가 2000년 7.2%로 급증하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 고령사회(14%), 2026년 초고령사회(20.6%)를 앞두고 있다. 특히 고령사회부터 초고령사회에 도달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26년으로 프랑스 155년, 미국 88년, 독일 78년에 비해 매우 짧다.

 

노인인구 비율 추계

 

자료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14,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노인인구는 건강보험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발간한 ‘201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65세 이상 노인의료비는 18조852억 원으로 전체 지출규모인 38조원의 3분의 1을 초과할 뿐 아니라, 매년 급증하여 2020년 이후부터는 장기 적자상태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예방의학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방의학은 치료중심의 기존 보건 의료서비스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방 중심의 의료는 초기에 질병을 찾아냄으로써 질병 발생 시기를 늦추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다.

 

예방의학 분야 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1984년 예방 의료를 담당하는 특별 기구를 조직하고, 최근에는 건강보험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수가(의사나 간호사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환자나 보험으로부터 받는 돈) 체계를 예방서비스 중심으로 확대·개편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은 2010년부터 오바마 케어(Obama care)라고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에 의해 미국예방의료특별위원회(USPSTF)가 권고하는 22종류의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을 본인 부담 없이 제공하고 있다.

* USPSTF는 미국 복지부의 자문기구로 질병예방 및 건강시스템 개발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주로 근거중심의학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임상예방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연령과 성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USPSTF의 가이드라인은 조기진단 추천 권고를 A 또는 B(서비스 권장), C(정기 서비스로 권장안함), D(서비스 권장안함), I(서비스의 위험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데 증거부족)의 5단계로 나뉘는데 이는 수용자의 빠른 판단을 돕고 과잉검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 역시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성과지불제도(P4P, Pay For Performance P4P)’를 운영하며 예방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도 이와 비슷한 의원성과급제도 (PIP, Pactice Incentive Program)를 실시하고 있다.또, 올해부터 비대면진료(not visit based)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만성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인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질환에 대해 예방과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주치의제도라 불리는 PCMH(Patient Centered Medical Home)는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서비스로 1차 의료기관을 환자중심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이다. ‘포괄적인 의료’는 병이 생겨 증상이 나타난 후 뿐만 아니라 병이 생기지 않게 예방해 주는 범위를 포함한다. ‘지속적인 의료’는 병이 났을 때만 진료해 주는 일회성 관리가 아니라 건강할 때도 지속적으로 건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PCMH에 대해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와 정액지불제(Bundled care coordination fee), 성과지불제도(Pay for Performance)를 혼합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장려하고 있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생활습관병 지도관리료’라는 수가체계를 신설해 대사증후군 환자가 적극적으로 보건지도를 받을 시 의료비를 공제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예방 서비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조비룡 교수는 가장 먼저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치료의학’ 중심이었던 의료서비스가 앞으로는 ‘건강증진’에 목적을 두고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임상예방 서비스가 과거 질병, 유전, 생활습관 등을 포함하는 역학조사와 개인별 건강위험 요소 평가, 계획수립, 서비스 제공, 모니터링과 피드백 제공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1차의료와 지역사회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조비룡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임상예방서비스가 효과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의료정보 전산화를 통한 환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다. 미국의 경우 MU(Meaningful Use)라 불리는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전자의무기록, 전자처방, 임상결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유된 환자 건강정보는 생애주기별 의료서비스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예방 의료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다. 질환교육과 금연·절주 상담, 영양·운동 상담, 사례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취약계층의 건강향상을 위한 중재 방안 마련이다. 일부 계층이나 특정 집단 등에서 정보차이로 인한 건강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검진의 비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고 일대일 면담이나 전화상담, 맞춤형 안내문과 같은 개인 지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 내용은 3월 18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 강의실(종로구 연건동 소재)에서 열린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임상개론’ 강의 내용입니다.
    다음 글은 같은 날 조비룡 교수에 이어 강의한 박병주 교수의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으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