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데 집중력 부족한 아이, 혹시 ‘조용한 ADHD’?

ADHD 환자 20% 정도 해당… 과잉 행동 없어 진단 어려워 주부 김모(40)씨는 초등학생 아들 박모(13)군이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어보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 걱정이 컸다. 행동이 부산스럽지는 않았지만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한테 집중력이 약하다는 평을 계속 들었다. 김씨는 박군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의심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IQ 검사에서도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ADHD로 보인다”며 “ADHD 환자는 무조건 과한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지만, 박군처럼 주의력만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흔한 질환이다. 주의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끊임없이 뛰어다니거나 친구와 자주 싸우는 등의 과잉 행동을 주로 보인다. 하지만 ADHD 환자의 약 20% 정도는 이러한 행동은 보이지 않은 채 주의력만 떨어지는 ‘조용한 ADHD’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영 교수는 “ADHD는 뇌의 전두엽이 작은 자극에도 얼마나 쉽게 각성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난다”며 “같은 자극에도 각성이 잘 되지 않는 환자들은 과잉 행동이 잘 안나타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의 뇌가 더 쉽게 각성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용한 ADHD는 치료가 지연되면서 문제가 커진다. ADHD가 있는 어린이는 남들과 다른 행동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거나, 학습 부진으로 인해 자신감이 결여되면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증상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한데, 미국 소아정신과학회가 제시한 9가지 항목〈표〉을 체크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이 중 6가지 이상이 가정과 학교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조용한 ADHD다. 조용한 ADHD는 과잉 행동을 보이는 ADHD 환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치료한다. 병원에서는 집중력을 높이는 데 관여하는 체내호르몬(도파민) 농도를 높이는 약을 1~2년 정도 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는 “평소 부모가 어린이에게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숙제를 집중해서 끝내면 스티커를 주거나 먹을 것을 사주는 방식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