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바른 틀니 관리법
마모제 없는 전용 치약이나 비누로 씻어야
틀니를 일반 치약으로 닦으면 표면에 흠집이 생기는 등 오히려 해롭다. 틀니를 닦을 때에는 마모제가 없는 전용 치약 등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구강보건협회 제공
노인층 인구가 크게 늘어 틀니 사용자가 400여만명에 이르고 65살 이상 노인 2명 가운데 1명이 틀니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틀니를 제대로 관리·소독하지 못해 세균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는 등 구강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폐렴, 당뇨 같은 질병에 새로 걸리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대한구강보건협회와 관련 전문의의 도움말로 올바른 틀니 관리법을 알아본다.
틀니 사용자 70% 세정법 잘 몰라
관리·소독 소홀땐 잇몸질환 유발
노인 셋 중 둘, 틀니 탓 구내염 앓아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에 담가둬야
■ 5명 중 1명은 잘 때도 틀니 빼지 않아
대한구강보건협회는 4월에 2주간 서울과 4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 거주자 중 틀니를 사용하는 60살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틀니관리실태를 조사했다.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틀니 사용자의 35%(175명)가 ‘하루 종일 틀니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끔 틀니를 낀 채 잠들기도 한다’고 응답한 이도 18%(90명)나 됐다. 틀니의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나 오랫동안 끼고 있으면 잇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어도 자는 동안에는 빼는 게 권장된다. 수면 중에는 침이 덜 나오는 탓에 입안에서 세균 증식이 왕성한데, 이때 틀니를 끼고 있으면 혀나 틀니에 더 많은 치석이 끼기 마련이다. 이는 틀니 구취뿐 아니라 잇몸이나 잇몸뼈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 틀니 세정법 제대로 알지 못해
틀니 관리의 가장 기본인 틀니 세정법을 제대로 지키는 노인은 많지 않았다. 틀니 사용자 10명 가운데 7명이 세정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잘못된 세정법 중 가장 흔한 게 치약으로 틀니를 씻는 경우다. 이번 조사에서도 44.2%(221명)가 치약으로 틀니를 닦는 것으로 나타났다. 틀니는 자연 치아와 달리 치약으로 닦으면 오히려 해롭다. 틀니는 대부분 레진을 재료로 쓰는데, 레진은 치약으로 닦으면 치약에 든 마모제 성분 때문에 표면에 흠집이 생기게 된다. 자칫 틀니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고, 이 흠집에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 구내염(입안 점막 및 입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나 잇몸염증, 구취 등과 같은 구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흐르는 물로 헹구거나 소금물에 담그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제대로 된 세척과 살균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소금물에 틀니를 오래 담그면 틀니에 변형이 올 수 있다.
■ 구취·잇몸질환 등 부작용 많아
이번 조사에서 틀니를 사용한 뒤 구강 상태가 보통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은 58.4%였다. 이들만을 대상으로 틀니 사용에 따른 부작용(복수 응답)을 물으니 62.7%(183명)가 입냄새가 난다고 답했고, 58.2%(170명)는 잇몸의 시림·통증·출혈 등 잇몸질환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신승철 대한구강보건협회장은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 3명 가운데 2명 정도가 틀니 구내염을 앓고 있으며 틀니에 호흡기나 소화기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틀니 사용자가 잘못된 관리를 하는 이유는 틀니 세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을 받아도 습관화하지 못한 탓이다. 틀니 사용자 3명 가운데 1명은 틀니를 맞출 때 세정 방법이나 관리법 등을 교육받지 않았다. 틀니를 한 뒤 반년에 한번 이상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은 사례는 16.8%에 그쳤다. 신 회장은 “틀니는 인공치아라 썩지 않을 것이라 여겨 관리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잘 때는 잇몸 휴식위해 틀니 빼 둬야
틀니 사용자는 잠들기 전에는 틀니를 빼둬야 한다. 잇몸에도 휴식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틀니는 약간 차거나 미지근한 물에 보관하고 틀니 세정제를 함께 쓰면 좋다. 틀니를 닦을 때에는 마모제가 없는 전용 치약이나 비누를 쓰면 되고, 이때 잇몸을 부드러운 칫솔로 마사지해 주면 좋다. 틀니가 헐겁거나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잇몸과 틀니 틈새로 음식물이 들어가 잇몸의 통증과 염증을 비롯해 구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틀니 사용 중 구내염이 잦으면 치과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대한구강보건협회(회장 신승철 단국대 치대 교수), 권긍록 경희대 치과병원 보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