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40)가 최근 난소난관 절제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그녀는 2013년 2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아직은 멀쩡한 유방을 양쪽 다 잘라낸 바 있다. 이번 수술은 혈액검사 결과 난소암 발병 우려가 높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데다 이미 어머니를 포함, 외할머니와 이모 등 3명의 가족을 암으로 잃은 상태다.
난소암은 여성의 난소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발암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진단이 어렵다. 난소암 환자 10명 중 7명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진단이 곧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사망률이 아주 높은 암이다. 하지만 소위 유전적 원인으로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필요로 하는 난소암은 약 5%에 불과하다.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발암 유전자는 BRCA1과 BRCA2가 대표적이다. 이들 유전자의 변이가 나타나면 장차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은 70세까지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생할 누적위험도는 각각 57%, 40%에 이른다. 또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은 70세까지 그 위험도가 각각 49%, 18%다.
앤젤리나 졸리의 몸에선 이 두개의 유전자가 모두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을 예방할 목적으로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잘라내는 수술이 용인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난소암이 생길까 두렵다고 멀쩡한 난소와 난관을 수술로 없애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다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앤젤리나 졸리와 같은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결정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는 게 좋다.
첫째, 난소난관절제술은 불임과 폐경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난소암을 유발하는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다고 해도 임신 및 출산을 원하는 가임기 여성에겐 이 수술이 권장되지 않는다. 이땐 단산 결정을 내리기까지 6개월마다 난소암의 발병을 감시하기 위한 정기검진으로 대신해야 한다.
둘째, 어쩔 수 없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면 폐경기증후군을 겪기 쉽다. 따라서 폐경 증상 조절을 위한 호르몬대체요법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치료는 원래 자연 폐경이 예상되는 50∼55세까지 계속해야 한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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