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약 2015 – 식습관을 바꾸세요](2) 당류 섭취 더 낮춰야

ㆍ입에 단 게 몸엔 쓰다

▲ 당 늘면 – 단기간 내 혈당 급상승, 췌장 부담으로 당뇨 우려
살펴라 – 당류 섭취 하루 50g 이내로… 가공식품 당류 함량 표시 확인을
지켜라 – 식사 순서는 채소 → 고기·생선 → 탄수화물 음식

과당, 포도당, 설탕, 액상과당 등 당류(당분·단순당)의 지나친 섭취는 당뇨병이나 비만·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초래한다. 또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중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자연식품에 함유된 천연당을 제외한 수치다.

한국인 성인의 경우 2000㎉를 기준으로 대략 50g을 기준치로 잡는다. 하지만 하루 동안 이런 권고안 수준의 당류를 섭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 한 잔(200㎎ 기준)을 마시면 25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한다. 또 팥빙수 한 그릇(보통 크기)은 당류 함유량이 60~80g이나 된다. 도넛(150g 기준) 1개의 경우 당류 30~40g짜리가 수두룩하다. 아이스크림은 100g당 15~30g 수준이다. 과자나 파이류도 낱개 1개당(혹은 1회 제공량) 당분 15~20g짜리가 많다. 천연 과즙음료에도 20g 안팎의 당분이 들어가 있다.

더욱이 국민들의 식생활은 밥이나 면류 등 탄수화물(단순당과 녹말·셀룰로스 등 복합당을 포함해 당분 전체를 뜻함)이 많은 식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1997~2013년) 자료를 보면 에너지 섭취량의 3분의 2가량이 탄수화물(당질)이다. 탄수화물은 대부분 당분으로 전환되는 영양소이다. 게다가 소아 청소년기부터 당류 함량이 높은 인스턴트(즉석 식품)나 가공식품의 의존 빈도가 점점 높아져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서울시내 마트의 음료 코너에서 소비자가 청량음료를 고르고 있다. 탄산음료 등에는 상당한 양의 당류(첨가당)가 들어 있어 소아나 청소년들은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일일 당분(첨가당+천연당) 섭취량은 2008년 56.0g에서 2012년 65.3g으로 높아졌다. 가공식품을 통한 것이 61%로, 이는 대부분 첨가당이다. 음료류(34.3%)나 빵·과자·떡류(15.0%)가 주된 첨가당 공급원이었다. 10∼20대의 경우 섭취량의 90% 이상이 첨가당이다. 한국인의 23%가 50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류 섭취량이 늘어나면 몸에 포도당이 축적되고, 단기간 내에 급격히 혈당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이 생기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가공식품을 고를 때 당류 함유량을 꼭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현재 탄수화물이나 지방, 나트륨 등은 1일 권고량 비율(%)을 표시해 놓았지만 당류의 경우 함량만 표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안인 50g으로 각자 계산하는 수밖에 없다. 기준치 내에서도 첨가당을 줄이고 과일이나 우유, 꿀 등에 포함된 천연당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가정의학과)는 “당류뿐 아니라 당지수가 높은 식품의 과량 섭취 또한 췌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위험 요인”이라며 “특히 근육이나 간에 당을 보내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소모되지 못하고 남는 당은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복부나 피하 지방세포에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과 더불어 당지수(GI)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당지수는 당질이 소화, 흡수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혈당 수치를 높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GI가 70 이상이면 당지수가 높고, 55 이하이면 낮은 수준이다. 56~69는 중간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사 계획을 세울 때 총 당질 섭취량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당지수와 당부하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부하지수는 1회 섭취량의 당질을 기준으로 혈당반응을 비교한 값이다. 식품마다 1회 분량에 함유된 당질의 함량이 다르므로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당지수가 아닌 당부하지수를 비교해야 한다. 흰밥보다는 잡곡밥을, 흰빵보다는 통밀빵을, 찹쌀보다는 멥쌀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당지수가 낮은 식품(가공식품·조리식품 포함) 중에는 지방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 않은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다른 음식과 섞어 먹는다. 밥, 빵, 떡, 국수 같은 탄수화물은 살코기(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생선 같은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소화 속도와 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

음식 섭취 순서도 중요하다. 대개 탄수화물 음식을 먼저 먹고 반찬을 먹는데, 이렇게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기 쉽다. 채소를 먼저 먹은 뒤 고기나 생선처럼 단백질 음식을 먹고, 맨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음식을 먹도록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당류 섭취 권고안을 현재의 절반인 25g으로 하자는 제안을 각국에 내놓는 등 당류기준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