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틀니, 치약으로 닦으면 세균·염증·입냄새 유발

틀니 관리법
얼마 전 60대 남성이 틀니가 이상하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의치상(잇몸에 닿는 틀니 부분)이 얇아져 있고 한 쪽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틀니는 잇몸에 완벽히 붙지 못해 덜그럭거렸다. 환자에게 틀니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더니 양치질 하듯이 하루 세 번 치약을 칫솔에 묻혀 닦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필자가 알려준대로 틀니 전용 칫솔·치약을 썼는데 한두번 일반 치약을 써도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나중에는 일반 치약을 계속 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틀니를 쓰는 인구는 400만명이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 2명 중 한 명은 틀니 사용자다. 이들은 처음 틀니를 맞출 때 △틀니용 칫솔과 전용 세정제로 관리하고 △잠을 잘 때에는 틀니를 빼서 미지근한 물 속에 담가 보관하며 △틀니가 잘 안 맞거나 구내염이 자주 생길 경우 치과를 찾아 틀니 점검을 받으라는 교육을 받는다.

별로 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한구강보건협회가 60세 이상 틀니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75%는 틀니를 흐르는 물로만 헹구거나 일반 치약 혹은 소금으로 닦았고, 30%는 밤에 잘 때 틀니를 끼고 자는 등 잘못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틀니가 완벽하게 입천장에 붙지 못해 덜컹거리고 제대로 씹지 못하거나 세균이 자라 입냄새·구내염의 원인이 된다.

치아는 우리 몸의 조직 중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구성성분도 일반적인 뼈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뼈는 유기질이 35%, 무기질이 45% 정도 들었지만 치아는 거의 대부분이 무기질로 돼 있다. 이런 치아를 닦기 위해서 치약에는 연마제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연마제가 든 치약으로 플라스틱으로 된 틀니를 닦으면 틀니가 긁히고 닳게 되며 긁힌 틈에서 세균이 자라 염증을 유발한다. 남아 있는 멀쩡한 치아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틀니는 전용 세정제로 닦으면 상처 없이 틀니를 깨끗이 닦을 수 있고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잘 때도 틀니를 빼고 자야 한다. 이렇게 관리를 잘하면 한 번 맞춘 틀니를 평생 쓸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틀니를 맞춘 지 1년도 되지 않아 틀니를 수리하거나 심각한 경우 틀니를 다시 맞춰야 할 수 있다. 덜그럭거리는 느낌이 들거나 잇몸에 염증이 잘 생긴다면 틀니를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조자원 대한구강보건협회 기획이사 (단국대 치과병원 예방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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