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section _ H
면역력 약한 65살 이상 노인·만성질환자 위험
천식·기관지염·신부전증·당뇨 환자 특히 조심해야
사망자 평균 연령 71살…대부분 관련 병력 있어8.5%.
11일 현재 우리나라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에 감염자의 치사율이다. 알려진 40%에 견줘 낮지만 일반 독감(인플루엔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메르스 바이러스 전염병은 어떤 사람에게 특히 위험할까? 의료계에서는 이런 사람을 고위험군이라고 부른다.
메르스는 65살 이상 고령자, 당뇨 천식 같은 만성질환자들이 특히 위험하다. 사진은 약을 먹고 있는 당뇨환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9일 미국 조지타운대 대니얼 루시 미생물 면역학 교수인 메르스 바이러스에 폐질환, 당뇨, 신장질환, 면역결핍 등 4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인 메르스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바이러스와 달리 폐 등의 호흡기와 신장 같은 기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이런 방식은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폐는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호흡기고 신장은 혈관의 노폐물을 거르는 배설기관으로 모두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폐와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정부가 선정한 집중관리 고위험군과 거의 일치한다. 당시 정부는 65살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만성질환자는 △폐질환자(만성기관지염·천식 등) △만성 심혈관질환자 △당뇨병 환자 △신장질환자(만성신부전증 등)을 신종플루 고위험군으로 포함시켰다. 또 암환자나 이식수술을 받은 면역저하자도 고위험군으로 꼽았다. 이밖에 임산부와 59개월 이하 어린이도 신종플루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메르스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폐와 신장을 공격한다. 사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장폐부전 환자의 엑스레이 필름. wikimedia.
실제로 11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의 평균연령은 71.8살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의 메르스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40대 젊은층의 사망자가 많았던 2009년 신종플루와는 차이가 난다.
현재까지 사망자들은 모두 관련 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사람이었다. 지난 1일 가장 먼저 사망한 57살의 여성 사망자는 천식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망자는 천식과 고혈압에 더해 관절염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다. 두번째 사망자는 4년 전 한쪽 신장 적출술을 받은 데다 염증성 중증 폐질환인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을 앓았다.
3번째 사망자 역시 천식과 세균성 폐렴, 4번째 사망자는 중증의 담관암·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갖고 있었다. 메르스 증상이 거의 없던 5번째 사망자는 위암 말기 환자였으며 6번째 사망자는 폐렴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 감염됐다. 7번째 사망자는 심장판막 질환을, 8번째 사망자는 알콜성 간경변과 간암 병력을 갖고 있었다. 9번째 사망자는 다발성 골수종을 앓다가 지난 6일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은 뒤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고위험군 가운데 합병증이 2~3개로 합쳐질 경우 더 위험하다. 고위험군의 경우라면 바이러스의 양이 적더라도 취약하기 때문에 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환자는 초기대처인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에 철저해야 하고 발열과 호흡기 이상이 발생할 경우 거점 병원 등에 신속하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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